국가가 제주 해군기지 인권침해 '주도'

국가가 제주 해군기지 인권침해 '주도'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 29일 보고서 발표
주민투표함 탈취·투표 방해 사건은 해군이 개입
경찰은 반대주민 무차별 연행·폭행 등 과잉진압
  • 입력 : 2019. 05.29(수) 15:09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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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찬반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강정마을 임시총회 주민투표함 탈취 사건'에 해군이 개입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한 경찰이 해군기지 반대 주민을 상대로 폭행, 욕설, 강제연행을 자행하는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29일 경찰청에서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7년 4월 26일 강정마을 임시총회에서 소수의 주민이 향약을 위반해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다. 이에 같은해 6월 19일 주민들은 임시총회를 다시 개최해 해군기지 찬반 투표를 하려고 했지만 해군과 해군기지 사업추진위원회 측이 사전에 모의해 투표를 무산시켰다. 일부 주민에게 지시를 해 투표함을 탈취하도록 시킨 것이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340명을 배치한 경찰은 이러한 불법 행위를 목격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이어 같은해 8월 20일에도 재차 강정마을 임시총회와 찬반투표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해군과 해군기지 찬성 측은 주민들에게 투표에 불참할 것을 독려하는 전화를 하거나, 투표 당일 주민들을 버스에 태워 관광을 시키는 수법으로 투표를 하지 못하게 했다.

 군과 경찰, 국정원은 물론 제주도 간부까지 참여해 해군기지 반대 주민에 대한 강경진압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는 2008년 9월 17일 이뤄졌는데, 국정원 제주지부 정보처장과 제주지방경찰청 정보과장,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 제주도환경부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해군기지 반대 주민에게는 엄격한 법 집행을 해야 하고, 국정원과 경찰이 해군을 측면에서 지원하겠다는 것, 반대 주민을 인신 구속해야 한다는 것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실제 경찰은 반대 측 관계자에 대해 폭행과 욕설, 신고된 집회 방해, 무분별한 강제연행, 이동권 제한, 차량 압수, 안전이 고려되지 않은 시위대 해산, 종교행사 방해, 불법적인 인터넷 댓글 등 헤아리기 어려운 인권침해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해경 역시 해상에서 반대 측 관계자를 폭행하거나 고의적으로 카약을 전복시키는 행위를 저질렀다. 불법 인터넷 댓글 활동은 청와대와 국군사이버사령부, 경찰청 등에서 주도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 대해서는 해군기지 후보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공유수면매립계획 동의과정 등을 진행하면서 절차적인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강행했다고 진상조사위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진상조사위는 정부가 해군기지 유치 및 건설과정에서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한 점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또 경찰과 해경, 해군, 국정원 등이 저지른 부당한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 강정마을회에 대한 행정대집행 비용 청구 철회 등 다각적인 치유책 및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경찰은 공공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경찰력 투입요건과 절차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방안을 수립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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