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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학교] (1)신성여고 ‘공감사색 북콘서트’
"한 권의 책이 주는 다양한 경험… 진짜 독서의 재미"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입력 : 2019. 05.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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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독서교육활성화 프로젝트-책 읽는 학교' 기획을 통해 기자가 던지는 화두는 '왜 책인가'다. 본보는 '함께 읽는 제주, 다시 책이다'를 슬로건으로 총 10회에 걸쳐 도내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독서교육프로그램 사례와 책과 함께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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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친구와 의견 나누며 소통의 즐거움 알아가
각양각색 관점에 놀라고 서로의 통찰에 감탄
사고력 확장과 더불어 자신의 진로 고민.공유도


# '고등학생'도 책을 읽는다

"책 읽기가 대입과 완전히 동떨어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적인 예로 생활기록부에 들어가는 것도 있지만, 논술에서 사회관련 이슈가 나왔을때 이야기할 거리가 생기죠. 무엇보다 솔직히 학교라는 곳이 입시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잖아요? 학생이 더 성숙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학교에서의 독서프로그램 운영이) 더 필요하다고 봐요"(윤슬이·신성여고 2)

신성여자고등학교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독서교육프로그램 사제동행 독서토론 '공감사색 북콘서트'를 운영하고 있다. 교사와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며 독서·소통의 즐거움을 알게 됨은 물론 교사와 더 친밀해질 수 있어 공부시간을 쪼개며 참여할만큼 인기가 높다. 사진은 지난 23일 진행된 조별 북콘서트 모습. 오은지기자

"대학 말고도 제 진로, 목표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돼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다른 생각을 듣다보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요"(양지민·신성여고 2)

현 대한민국 대학입시제도에서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며 공부하는 또는 할 수밖에 없는 '고등학생'들에게도 과연 책 읽는 시간이 존재할까.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된 '왜 학교의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속깊은 대답이 돌아왔다. 학생들은 '책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자신들을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진로를 제대로 선택하고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게 독서고, 이를 지원해 주는 게 학교의 역할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학생들은 나름 신성여자고등학교가 운영하는 사제동행 독서토론 '공감사색 북콘서트'의 취지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 학교의 인기 독서 프로그램

신성여고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공감사색 북콘서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겨울방학 예비 고3 학생들의 진로 진학에 도움을 주고자 자율적으로 시작된 '사제동행 독서토론'모임에서 학생들의 호응에 힙입어 현재 학교의 특색있는 독서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북콘서트는 각 학년의 특성과 학생들의 개인적 스케줄을 감안해 1학년은 방과후학교 시간대, 2학년은 야간자율학습시간, 3학년은 주말에 운영된다. 교사와 학생이 같은 책을 읽고, 글(에세이 활동지)을 쓰고, 서로 글을 돌려 읽은 후 모여서 독서토론을 하는 형태로, 교사가 토론활동 날짜와 도서를 선정해 사전 고지하면 학생들이 신청하는 방식이다. 선정도서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신청자는 최소 2명부터 최대 40명까지 다양한데, 교사와 학생이 원하면 계속 진행되며, 몰리는 강좌는 여러 조나 시간을 나눠 모두 수용할 수 있게 한다.

강현이 독서담당교사는 "독서 교육의 실패 사례로 지적되는 것 중에 백화점식 필독 도서를 선정하거나, 독서이력이 짧은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선택하라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북콘서트에 참여하는 개별교사가 자신이 읽은 책 중에 학생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도록 한다"고 했다. 강 교사는 "물론 학생들의 관심과 진로에도 초점이 맞춰지는데 그렇게 책 목록을 정리하고 보면 고전이나 신작, 너무 가볍거나 무겁지 않은 다양한 책들이 선정되고, 선정된 책들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진행된 2학년의 '공감사색 북콘서트'에서 만난 학생들의 생각도 같았다. 선생님이 직접 읽고 추천해준 책에 대한 믿음이 크다고 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도 높았다. 공부시간을 쪼개며 참여할 만큼의 가치가 있고,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며 소통의 즐거움을 알게 됨은 물론 선생님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선정도서가 공지되면 '이번엔 어떤 책을 고를까?' 뜨거운 논의가 벌어질 정도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고도 했다. 때문에 아이들은 학교가 '바쁜' 학생들의 책 읽는 부담을 줄여주고자 참여 횟수를 지난해 1인당 한 학기 3회에서 올해 2회로 축소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 교사와 함께 생각을 키우며 성장하는 아이들

북콘서트를 이끄는 중심엔 교사가 있다. 교사는 자리만 만들어줄 뿐 아이들이 스스로 완성해간다고 하지만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교사는 질문자, 안내자 역할을 해야한다. 그만큼 수업준비 외에 시간을 내 독서토론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한다. 교사들의 열정적인 조력 속에서 아이들은 생각을 키우며 성장해가는 것이다.

학생들은 책을 읽은 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친구들의 글을 읽으면서 시야를 넓혀간다. 또래의 수준 높은 글을 보며 긍정적인 자극을 받기도 하고, 자신과 비슷한 친구의 글을 보며 공감하며 개인의 고민이 자연스럽게 해결되거나 위로받는 경험도 한다. 입시경쟁에 내몰리지 않았다면 꿈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들은 책을 통해 다양한 꿈을 간접 체험하고, 자신의 꿈에 다가간다.

윤슬이 학생은 "혼자 책을 읽으면 혼자 생각에 끝나지만, 북콘서트를 하면서 사회나 진로와 연관짓는 등 생각의 확장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의 변화는 교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강현이 교사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아이들의 책 이야기를 들으며 책에 대한 새로움을 발견하기도 한다"며 "같은 책을 읽고 모두가 제각각의 관점을 드러내 그 다름에 놀라고 서로의 통찰에 감탄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교사도 학생과 함께 한 권의 책으로 여러 권을 읽은 듯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독서의 진짜 재미를 알아가고 있었다.

[왜 책인가?] 강현이 신성여고 독서담당교사


"독서는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행위"


무지와 무관심은 편견을 만든다. 편견은 타자에게 상처를 준다. 상처를 주는 줄도 모른 채. 나는 늘 나의 무지와 무관심이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나는 그 두려움이 무서워 책을 읽는다.

책은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보고,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삶과 가치관, 세계를 만나는 일은 우리가 미처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생각해 보게 한다. 생각해 본 적 없는 감정, 생각해 본 적 없는 사람, 생각해 본 적 없는 상황과 문제 등등. 생각해 본 적 없는 것들을 생각하는 과정은 우리의 인식과 깊이를 확장시킨다. 그리고 무지와 무관심, 편견으로부터 멀어지도록 도와준다. 또한 생각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려 할 때 우리는 일차적으로 상상력과 공감능력을 발휘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재미와 위로를 경험하게 된다.

결국 책읽기는 세상과 나를 연결해 자기 자신이 얼마쯤은 즐겁고 괜찮은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만드는 행위이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은 나아지게 하는 행위이다.

지금까지의 얘기가 이상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이러한 책읽기는 현실과도 굉장히 밀착되어 있다. 많은 것들이 돈으로 환원되고, AI가 대체하는 이 시대에 돈으로도 살 수 없고,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도 없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내면이다.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고유한 내면을 만드는 일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하고 유용한 일이기도 하다.

※이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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