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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정의 하루를 시작하며] 괜찮다, 내 인생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입력 : 2019. 06.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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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끝났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단락 해야겠다. 기대와 걱정에 떨린다. 미처 놓친 일들은 가면서 정해야겠고 어떤 것들은 이미 정했지만 바꿔야할 거다. 지난 연말쯤 시작된 팔꿈치통증은 빗자루를 못 들게 하더니 급기야 젓가락, 가위질도 서툴게 했다. 팔꿈치가 아플 뿐인데 세상 모든 게 내 맘 같지 않다. 오래 해온 밥벌이는 지겨워졌고 시들해졌고, 힘에 부쳤다. 새로운 일을 찾아야했다. 옥상옥이 될까 두렵고 대부분이 말렸지만 감행하기로 한다. 어마어마한 살림을 옮기고 치우고 버렸다. 완전히 비워낸 후 다시 채워 넣었다. 내일이면 시작이다. 꼬박 석 달 걸려 이제 출발선 앞에 선다. 신발 끈은 새로 묶고 몇 가지 어수선한 단상을 풀어 놓는다.

끝없이 배워야한다. 세상천지 모르는 것투성이이다. 누구나 '쌤'으로 모신다. 배우는 데 나이 없다. 나이 듦은 새로운 것에 매우 서툴기도 하지만 먹은 밥그릇 수가 거저는 아니어서 쉽게 되기도 한다. 반백을 살았으니 나이는 충분히 많고 지혜롭게 젊은이의 말을 들어라. 어쩌면 이미 나도 꼰대다.

누구나 알만큼은 안다. 그래서 다 선생이다. 새겨듣고 나의 길을 가라. 모든 이는 자기 틀 안에서 바라보고 제 세상 속에 산다. 지대한 관심과 참견은 잠시고 남의 일은 곧 잊는다. 나도 그렇다.

자신감이 밥 먹여준다. 실패 많은 나는 늘 최악을 떠올리며 최소를 얹어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어쩌면 꿈꾼 만큼 높게, 가까이 비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꾸 쭈그러든다면 하고 또 다시 하라. 할 수 없다, 잘 될 때까지다.

줄여서 살고 가능하면 버려라. 삶이 그리 단순하지 않아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너무 많다. 버리지 못하고 다시 쓰리라 하지만 대체로 잊힌다. 간혹 쓰이고 그저 쓰레기다.

함께라면 혼자 서둘러 빨리 가지마라. 달려보았자 먼저 가 총총거리며 기다려야 한다. 협업은 연관된 각자의 일정과 조정되어야만 진행된다. 때로 내 생각처럼 되지 않지만 생각지도 못한 상상 이상의 것이 펼쳐진다.

마구 쓸 수 있는 돈은 즐겁다. 천냥마트는 적은 돈으로 주변을 풍요롭게 한다. 그렇다 해도 어떤 것은 비싼 값을 지불하고 제대로 좋은 것을 사야 한다. 빚은 잠시 빛을 내지만 허망하다. 써 버린 만큼 채워놓아야 한다면 실컷 쓸 일 아니다.

새 것은 곧 헌 것이 된다. 새 것은 저대로 예쁘고 낡은 것은 빛바랜 대로 아름답다. 삶도 그러하다. 쓸고 닦아라.

높은 데 오르는 것은 무섭지만 디딤판이 튼튼하면 믿고 버틸 수 있다. 옹이는 단단하다. 무리해 박으려면 자칫 못이 구부러진다. 가능하면 빗겨 가야한다.

아무도 앞일을 모른다. 몰라서 좋기로 하자. 저마다 그런대로 '해피엔딩'이다.

글 쓰는 틈틈이 길고양이 밥을 챙긴다. 무릎으로 땅을 쓸면서 텃밭을 일군다. 당신 혼자 얼마나 먹겠냐고 이웃에 나눠주신다. 농사일 것까지는 없는 텃밭 가꾸기였을지 모르나 노구를 이끌고 하는 일은 숭고했었다. 박경리 선생님 생전이야기다. 움직여질 때까지는 소소한 일이라도 하면서 내 입을 책임져야한다는 게 평소 생각이다. 오래 일하고 싶다. 건강해야겠다. 일할꺼리와 터가 있으니 괜찮다, 내 인생. <김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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