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의 편집국에서] 제주의 농업·농민, 그리고 농협을 다시 생각한다

[김기현의 편집국에서] 제주의 농업·농민, 그리고 농협을 다시 생각한다
  • 입력 : 2019. 06.21(금) 00:00
  • 김기현 기자 ghki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의 농업·농민들은 올해 월동채소의 잇따른 처리난·가격파동을 겪으면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있다. 농업·농민을 근간으로 세워진 농협의 존재 이유를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양배추 양파에 이은 마늘까지 연쇄 세작물의 처리난·가격파동은 전례없는 사례다.

마늘을 보자. 올해산 제주마늘 전체 물량중 계약은 25%에 그치면서 종자용, 포전거래량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 처리가 중간상인들의 매입 기피로 처리 대란을 겪었다. 올해 마늘처리 대란은 전대미문이라는게 농민들의 전언이다. 비계약농민들은 저장할 수 없는 마늘을 수확직후 팔지못해 발을 동동 굴렀고, 상인들은 농협 수매단가 kg당 3000원에서 한참 낮은 2500원 밑으로 가격이 떨어질때까지 버티는 형국이었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지역농협별 비계약농가 마늘처리대책도 문제시되었다. A농협은 계약농가만을 대상으로 계약물량의 30%를 추가 수매에 나섰고 B,C농협은 수매가에 차등을 두는 대신 비계약농가 물량 전량을 수매하면서 농가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똑같은 조합원인데 이럴 수 있느냐는 불만에다 농협별 대책이 왜 이리 다르냐는 불만이 주류를 이뤘다. 또 농가들은 매년 농협계약을 하지 않아도 상인 등을 통한 유통처리에 문제가 없었고, 농협계약 기피도 피치못할 사정(?)들이 있다고 강변했다.

농협측은 마늘계약기간을 늘리면서 독려했는데 계약하지 않은 건 농가책임으로 돌렸다.

반면 상인들은 "과잉생산으로 애초 농협 수매가를 2700원선에 결정됐으면 자신들도 처음부터 매입에 들어가 처리 대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협의 사전·사후 대책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양배추는 어떤가. 올 1~2월 수확기를 맞자 과잉생산으로 전년 대비 절반 가량 폭락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산지폐기라는 극약 처방을 벌여야 했다.

양파도 마찬가지였다. 농협은 지난 3월 조생양파가격이 평년보다 30% 이상 떨어지자 산지폐기에 나섰고 5월이후 중만생양파가격도 계속 하락하자 수확후 밭에 방치된 물량들이 속출했다.

수 십년간 이어져 온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 처리난·산지폐기 등은 예상되는데 사전 재배의향 조절이나 재배면적 정보 공유, 수확기 처리 대책 등에 새로운 시책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는게 농민들 불만이다.

농협의 고민도 이해된다. 과잉생산시마다 나름 노력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분명 농업·농민 현실은 위기다. 그럼에도 제주농협 본부장급 간부들이 행사장을 찾거나 관련 업무협약을 맺은 후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으로 그 역할을 다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오판이 아닐 수 없다. 농업·농촌관련 새로운 시책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제주 농가의 수익구조는 악화일로다. 최근 통계청과 국회입법조사처의 조사·보고서를 교차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작년 도내 농가소득은 4863만원으로 전년보다 429만여원 감소했다. 전년대비 소득이 줄어든 것은 지난 2011년이후 처음이다.

이제 농협은 존재이유를 더 강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 협동조합의 역할 제고를 위한 새 시책들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기현 편집국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15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