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 입고 국회 간 4·3 유족들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

상복 입고 국회 간 4·3 유족들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
28일 국회 앞서 결의대회 열어 4·3 특별법 조속 개정 촉구 집회
  • 입력 : 2019. 06.28(금) 14:26
  • 국회=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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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을 입은 제주4·3희생자 유족들이 국회 앞에서 "우리 늙은 유가족들은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제주4.3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처리를 촉구했다. 유족들은 "하루하루가 아쉽고 절망적이다. 평화의 섬 제주가 부끄럽지 않도록 4·3의 완전한 해결을 해야한다"며 야당은 물론 정부와 여당도 개정안 처리에 더 힘을 모아줄 것을 요구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송승문)는 28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유족과 관련 단체회원 200여명이 집결한 가운데 4·3의 완전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배·보상 등을 담은 제주4·3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유족들은 상복을 입고 손에는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은 특별법 개정으로부터', '제주도의 간절한 염원이다. 4.3특별법을 개정하라'라고 쓰여있는 종이피켓을 들었다. 유족들은 2017년 12월 오영훈 국회의원이 발의한 제주4.3 특별법 개정안이 1년 6개월 째 국회 본회의 상정은 커녕 관련 소위원회만 맴돌면서 계류 중인 것에 대해 국회를 성토했다.

장정언 제주4.3 유족회 고문은 "우리가 제주서 여기까지 왜 왔나. 4.3때 칼로 몽둥이로 죽임을 당했다. 바위에 계란치기 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잘 뭉쳐서 열심히 하면 이 바위, 무시하는 바위 깨칠 수 있다. 4.3영혼들의 은덕으로 잘 될 것이다. 우리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김필문 행불인협의회장은 "제주4·3 평화공원에는 현재 3896개의 행불인 표석이 세워져 있다. 행불인 유족들은 부모 형제 돌아가신 날 모르고 생일날 제사를 치르고 있다. 진정 세계 속의 평화의 섬 제주가 부끄럽지 않도록 4·3의 완전한 해결을 해야 한다"며 "국회가 4·3유족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앞으로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유족들은 하루하루가 아쉽고 절망적이다"라고 말했다.

김성도 제주4.3특별법개정특위위원장은 "4·3은 한 세대가 한 많은 삶을 살면서 일생을 마감하고 살아남은 사람도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4·3의 완전한 해결은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로 채택됐고, 지난 대선 각 당 후보들이 한결같이 약속했다"며 "우리 4·3 유족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국회의원들을 만나려고 왔다. 만약 올해안에 개정안이처리되지 않는다면 모든 방법과 수단, 범국민적인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상수 재경유족회 공동대표는 "제주도민 학살 피해 회복은 국가의 책무다. 특별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났다. 정부는 국가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민간인 피해에 응분의 배상을 해야 한다. 그동안 유족들은 대통령의 사과와 국회의원들이 완전한 해결을 한다고 하는 말을 믿고 기다려왔다. 20대 국회가 다 되어가는데 행안위 심의가 지연되고 있다. 더이상 앉아서 우두커니 있지 않겠다. 더이상 예산이 없다는 핑계도 받아들이지 않겠다. 우리 보다 가난한 빈곤 국가에서도 학살에 대한 배상을 하고 있는 예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20년 전 4·3특별법을 제정할 때도 어려웠다. 그래도 전체 제주도민들이 뭉쳤다. 또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도 관심을 가졌고, 김대중 대통령은 반드시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청와대, 여당이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 자유한국당도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은 유족들이 상경 집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개정안 처리에 만전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영훈 의원(제주시을)은 "이렇게 국회 앞까지 오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서 가슴이 아프다. 4·3특별법 개정안은 행안위서 1차 논의 후 중단돼 있다. 현재 이 시간에도 국회 정상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조속한 시일 내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고 행안위 법안소위가 논의를 진행하길 기대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해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유한국당의 동참을 통해 법안소위, 전체회의,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은 "국회까지 오시느라 고생많으셨다. 사실 71년됐는데 아직까지 4·3 진상규명, 명예회복, 그에 적합한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보상의 문제가, 또한 미국의 책임 문제가 해결이 안돼 여기까지 오신 것 안타깝게 생각한다. 국회 처리과정은 앞으로 저희가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4·3특별법 개정안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창일 의원(제주시갑)은 국회의 논의 상황을 보고하면서 "4·3희생자 보상을 위한 정부 예산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는데, 문제는 법 통과다. 정부 의지가 있어도 국회가 법 통과를 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여러분들 어렵지만 힘을 실어달라. 저희도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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