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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의 한라칼럼] 조연이 주목받는 시대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입력 : 2019. 07.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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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이 주연처럼 주목받는 시대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장면을 보면서 조연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1년전 상황이 재연된 듯 그러나 훨씬 다른 모습을 본다.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장면과 흡사하지만 그보다 진일보해 3국 정상이 자유의 집 앞에서 한데 모여 담화를 나누는 예상치 못한 장면을 보여줬다.

보면서 느끼는 단상 한가지. 역시 처음이라는 것이 어렵지 한번 하면 그 다음은 쉬워지고 곧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는 사실. 남북이 처음 정상회담을 가졌던 시절 남북정상이 만나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이슈였다. 이후 모든 정권마다 성사여부와 상관없이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판문점 회동과 군사분계선을 통한 월경은 문재인대통령이 처음이었고 엄청난 감동을 야기시켰다. 이번에는 트럼프가 여기에 더해 좀더 북쪽으로 갔다가 사진촬영후 다시 돌아왔다. 국경을 넘는 행위자체가 당연한 퍼포먼스가 됐다. 조만간 판문점을 방문하는 많은 인사들에게는 북쪽지역을 월경해서 넘었다 오는 일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질 날이 곧 오리라.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서 이번 북미정상회동의 상황을 보자. 3명이 다 주연을 자처했다면 어땠을까. 많은 사람들이 남북미의 3국정상이 함께 정상회담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야기 한다. 그래도 한 나라의 정상인데 자기네 땅에서 주인공의 자리를 다른 방문국 수장에게 넘겨주는 것이 못마땅하다 판단이다. 어쩌면 이 같은 욕심이 그동안의 남북미관계를 더 어렵게 한 측면도 있다. 한국전쟁이후 북한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닌 남한을 협상당사자로 여기지 않았고 미국을 협상대상자로만 인정했다. 이에 비해 남측은 당사자로 인정받지 않으면 조연으로 밀린다는 강박관념에 끊임없이 주연이기를 바랬다. 정치적으로 본인들이 주연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주제가 비핵화협상이고 문재인대통령 스스로 조연임을 자처했다. 트럼프와의 회동에서 남한은 조연이며 북미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함으로써 논란의 상당부분을 잠재웠다. 더불어 시간이 날때마다 트럼프의 탁월한 결단을 높이 치켜세우며 주인공 자리에 억지로 끼어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트럼프는 문재인대통령이 향후 북미회담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자신도 주인공이 되게 해달라며 어떻게든 끼워들려는 노력을 했으면 모양새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아마 66년만의 북미회동이 이루어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조연 역할을 하는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그 역할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정확히 필요한 역할이 무엇인지 알기에 결과를 만들어낼 줄 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떤 형식으로 비핵화 협상이 이루어지든 남한이 대외적인 스포트라이트보다 조연의 역할에 집중할수록 성과가 더 좋아지리라. 그런 선택을 했던 지도자가 왜 그동안은 없었는지. 66년 만에 나타났어야만 하는지.

조연이 주연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대적 흐름에 조금은 안심이 간다. 주인공이 아닌 사람과 역할이 왜 없겠는가. 그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주연이 누군가가 중요한 것이지.

<이재근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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