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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람 이방익 표류현장을 가다
[제주사람 이방익 표류현장을 가다Ⅱ] (1)선하령 선하고도를 걷다
노끈 허리 동여매고 넘은 고개… 대숲 청량한 풍경구로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7.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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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이듬해 1797년 음력 3월
복건성 지나 절강성으로 향해
험준한 선하령 넘는 장면 생생
정치·경제·문화 교류 등 통로


지난 4월 12~21일 '제주사람 이방익 표류 현장을 가다' 두 번째 탐방이 이루어졌다. 주제주중국총영사관(총영사 펑춘타이)의 지원을 받아 제주를 출발해 상하이에 도착한 뒤 구주, 항주, 소주, 남경, 양주 등 중국 절강성과 강소성을 중심으로 펼쳐진 9박 10일 일정이었다. 지난해 4박 5일 대만, 8박 9일 중국 복건성 일대에 이어 약 1년만에 다시 나선 길로 한라일보 취재팀과 자문위원인 '평설 이방익 표류기'의 저자인 권무일 작가, 심규호 제주국제대 석좌교수 등이 함께했던 지난 여정을 싣는다.

이방익 일행이 고향 제주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떠밀려간 해가 1796년 음력 9월. 지금의 대만 팽호도 해안에 배가 부서진 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고 중국 복건성(福建省, 푸젠성)을 거쳐 송환되는 여정을 차례차례 밟았다. '제주 사람 이방익 표류 현장을 가다' 두번째 답사는 복건성을 뒤로 하고 절강성(浙江省, 저장성)으로 향하는 길에서 시작됐다.

지금껏 남아있는 돌로 만든 아치형 선하관은 한때 선하고도의 정치·군사적 중요성을 말해준다.

"인화관을 지나 선하령에 이르니 산봉우리가 하늘에 닿을 듯 험악하여 검각과 다름이 없었다. 노끈으로 허리를 동여매고 앞으로 끌고 뒤에서 밀며 간신히 정상에 오르니 정신이 황홀하여 몸이 우화등선(羽化登仙)한 듯 하였다." 이방익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표해록'은 선하령의 아찔한 광경을 그렇게 그려놓았다.

때는 1797년 음력 3월 26일. 녹음이 푸르고 꽃이 만발할 때였지만 주변 풍경에 마음을 뺏길 새가 없었다. 선하령을 무사히 통과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1150m 높이 고개가 있는 선하령은 절강성과 복건성의 경계를 따라 길게 뻗어있다. 220여년 전 제주 사람 이방익이 밟았던 선하령의 선하고도(仙霞古道, 센샤고도)는 이제 중국 관광지가 되어 있었다. 위로 치솟은 대나무 숲길이 제법 가파르긴 했지만 청량한 공기 덕에 걸을 만 했다.

초입에 세워진 선하역 선하고도문화진열관에 사연이 적혀있었다. 선하령은 매우 험준해 차나 말 등 교통편을 이용할 수 없어 모든 짐은 짐꾼이 어깨에 메고 운반해야 했다. 875~884년 황소의 난을 이끈 황소(黃巢)가 군대를 이끌고 민(민, 복건의 옛 명칭)에 들어설 때 선하령을 넘을 수 있는 길을 닦으면서 훗날 또다른 역사가 쓰여졌다.

220여년 전 제주 표류민 이방익 일행이 밟았을 선하령 선하고도. 대숲으로 에워싸인 가파른 길이지만 청량한 기운이 감돌았다.

북쪽의 절강산에서 시작해 남쪽의 복건포성까지 전체 길이는 120km에 이른다. 역사에서는 이곳을 '민으로 들어서는 입구'로 칭한다. 현지 가이드 역시 이곳을 두고 '절강의 자물쇠', '복건의 목구멍'이라고 소개했다. 한당(漢唐) 시기 이후부터 전략가들에겐 요충지였고 바다로 연결되는 육상운반로였다. 절강성 구주(衢州, 취저우)의 강산(江山, 장산) 경내에 있는 선하고도의 길이는 75km에 달하는데 이중에서 완전하게 보존된 구간은 30km이다.

연암 박지원의 '서이방익사'는 선하령을 넘었던 일을 회고하는 이방익의 말을 듣고 "송나라 사호(史浩)가 군대를 거느리고 이곳을 지나면서 돌을 쌓아 길을 냈는데 모두 360개의 층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정보를 덧붙였다. 연암의 기록대로 선하고도에는 사호의 흔적이 남아있다. 피비린내나는 전쟁기에 요새로 쓰였던 돌로 만든 선하관(仙霞關)이 그것으로 아치형 관문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선하고도 초입에 세워진 선하고도문화진열관.

이방익이 머물렀던 청나라 시대에는 선하고도가 해상실크로드의 육상운송선 역할을 했다. 도읍지의 연안과 절강 등에서 생산된 실크, 도자기, 차와 같은 상품을 동남바닷가 항만 쪽으로 이송하는 통로가 되었다. 자연스레 선하고도 주변의 성읍은 경제적으로 번화한 지역으로 꼽혔다.

'평설 이방익 표류기'를 쓰며 문헌 기록으로 선하령과 이방익의 인연을 좇았던 권무일 작가는 수백년 전 이방익이 디뎠을 길에 다다랐을 때 한참동안 감격에 겨워하는 모습이었다. 현장을 둘러본 뒤 중국 서적 등을 뒤지며 자료를 보완하고 있다는 권무일 작가는 선하고도가 정치·군사적 의미만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볼 때 학문적 교류를 이끈 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권 작가는 "주희가 구주의 공자 남종묘를 순례하기 위해 평생동안 서른 번이나 선하령을 넘은 일이 있고 명나라의 지리학자 서하객도 1620년부터 10년간 선하령을 세 차례나 오르내리면서 많은 글을 남겼다"며 "선하령은 특히 인구의 이동, 상품의 교류, 문화와 풍속의 전파 등이 이루어진 곳"이라고 강조했다.



살아남은 자 이방익 기록 바탕
다시 220여년 전 흔적을 따라




"제주(濟州) 사람 전 충장장(忠壯將) 이방익(李邦翼)이 표류하여 복건(福建)에 이르렀다가 육로를 따라 소주(蘇州)와 양주(楊州)를 거쳐 연경(燕京)에 이르렀다. 이방익이 조관(朝官)으로서 이역에 표류하면서 만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서 돌아왔다고 하여 비변사 제조에게 명하여 불러다 위유(慰諭)하게 하고 전라도 중군(中軍)으로 임명하였다."

이방익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표해록 일부. 권무일 작가가 제공한 사진이다.

조선왕조실록 정조 21년(1797) 윤6월 20일의 기사는 '살아남은 자' 이방익에 얽힌 일을 짧게 기술해놓았다. 바다를 건너야 하거나 바다를 끼고 생계를 이어야 하는 이들에게 표류는 다반사일 터, 이방익 역시 조선시대에 숱했던 표류민 중 한 사람이었다.

220여년 전 이방익의 표류 사실이 드러나는 자료는 조선왕조실록에만 머물지 않는다. 1년 만에 다시 떠난 '제주 사람 이방익 표류 현장을 가다'는 이방익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순한글 기록인 서강대학교 소장 '표해록(漂海錄)', 1914년 '청춘' 창간호에 소개되었던 이방익의 기행가사 '표해가', 연암 박지원이 정조의 명을 받아 이방익의 구술 등에 바탕해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쓴 '서이방익사(書李邦翼事)' 등 크게 세 가지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특히 1796년 9월 제주 바다에서 표류해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가 구사일생한 이방익의 기록은 더러 노정의 앞뒤를 바꿔 적어놓고 지명 등을 오기한 사례가 나타나지만 8개월 동안 이국 땅에서 먼 거리를 누비며 겪은 경험담이 생생하다.

이들 자료는 김만일, 김만덕 등 제주 역사 인물을 소재로 장편 소설을 발표해온 권무일 작가가 앞서 '평설 이방익 표류기'(2017)를 통해 비교 검토하며 살폈다. 한글 표해록, 기행가사 자료를 직접 확인하고 풀어쓴 권무일 작가는 이번 기획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문위원=권무일(소설가) 심규호(제주국제대 석좌교수)/글·사진=진선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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