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도의 현장시선] 본질은 빠진 압축쓰레기 사과논쟁

[김정도의 현장시선] 본질은 빠진 압축쓰레기 사과논쟁
  • 입력 : 2019. 07.05(금)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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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환경부는 평택으로 돌아온 필리핀 수출 쓰레기에 대한 최종처리 결과를 발표했다. 처리결과를 보면 필리핀 세관에 적발되어 반송된 3394t의 쓰레기 중 제주도의 쓰레기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런 처리결과가 발표되자 쓰레기 사과논쟁이 다시금 불붙었다.

이재명 지사가 필리핀에서 평택항으로 반송된 쓰레기에 제주산이 있을 것이란 추정을 사실로 받아드리면서 시작됐던 사과논쟁이 이번에는 제주도가 경기도를 상대로 격하게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도의 입장에서 이번 사과요구는 어쩌면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제주산 압축쓰레기가 필리핀 세부로 갔다가 반송당해 평택항으로 돌아왔고 또 재포장되어 필리핀 민다나오섬으로 간 사실은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 소재 평택항이 유무형적 피해를 본 것도 확실한 사실이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이번 문제를 일으킨 중간처리업체는 경기도 소재 업체다. 이 업체가 사고를 치며 국가적 망신과 지역 간 갈등을 초래할 동안 경기도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즉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도 소재의 업체이니만큼 경기도에서 수집된 쓰레기가 필리핀에서 반송된 쓰레기에 상당량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런 고려도 없이 사과요구만 한 경기도는 이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핵심당사자다. 필리핀과 한국의 국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할 당사자였지만 사과 없이 모든 책임을 밖으로만 돌리려고 한 경기도의 안일함은 분명한 실책이고 비판의 대상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격한 사과요구도 이해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제주도가 과연 사과를 요구할 자격이나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필리핀 민다나오섬에는 1783t의 제주의 압축쓰레기가 방치된 체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군산항에 방치된 약 9000t의 압축쓰레기와 광양항의 약 600t의 압축쓰레기도 여전히 처리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제주도의 압축쓰레기가 필리핀, 평택시, 군산시, 광양시에 끼친 폐해는 분명한 사실로 남아있다.

더욱이 제주도는 이미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하고 방관해 왔다. MBC 피디수첩이 이를 알리지 않았다면 이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더 커지고 꼬였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기 보다는 경기도를 향해 사과타령을 하면서 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돌리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한국의 생활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 그리고 이런 문제의 압력을 다른 지역 또는 다른 나라에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쓰레기 문제의 핵심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해결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경기도와 제주도가 서로에게 사과타령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협력하고 어떻게 합심하고 교류해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를 두고 더욱 고심해야 한다. 이런 본질은 빠지고 사과타령으로 감정싸움만 하고 있는 경기도와 제주도의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상호 노력해주길 바란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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