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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훈의 한라시론]터무니없음
김도영 수습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19. 07.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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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는 집이나 절간 또는 성곽을 세운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주춧돌을 놓거나 기둥을 세웠던 자리는 건축물을 헐어도 자취가 남는다. 그런데 그런 터의 무늬조차 없는 경우에는 그 자리에 어떤 구조물이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 터무니가 없는 광경이다. 그래서 '터의 무늬'가 없다는 말은 곧 믿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터무니없는 일은 인공구조물에만 일어나지 않는다. 근 몇 년 부동산 투기 광풍이 휩쓸고 간 제주의 곳곳은 아름답던 생태계의 터무니가 많이 사라졌다. 최근 제주공항에 내려 모슬포 행 151번 급행버스를 탄 적이 있다. 몇 년 만에 바라보는 차창 밖 풍경에 당혹감을 느꼈다. 아름다운 숲이나 들판과는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기억 속에는 전에 없던 광경이었다.

얼마전 비자림로 확장 논란을 두고 도지사는 생태도로를 만들겠다는 비전문가적인 구상을 밝히는 한편, 제2공항건설과 관련한 공론조사 주장은 기술적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의 영역이라 권한 없고 무책임한 비전문가들이 왈가불가할 일이 아니라고 일갈했다. 그렇다면 소위 전문가들이 결론을 내린 '비자림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의 거짓과 부실 그리고 왜곡 논란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어용이거나 정의롭지 못한 엉터리 전문가라면 말이 다르다.

도지사가 언급했던 '생태도로'는 원래 자연 생태계의 전반과 공생을 도모하기 위한 동식물 친화적인 길을 말한다. 숲을 베어내고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넓히는 아스팔트 길이 어찌 생태도로라 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그 숲속에는 국내멸종위기종인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그리고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붉은해오라기 같은 귀한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정밀조사에 함께 참여한 생태 전문가 나일 무어스(Nial Moores) 박사는 기존 도로 폭을 유지하면서 과속방지턱이나 과속카메라를 도입해 저속 주행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환경친화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건설과장은 시민단체는 비전문가이고, 나일 무어스 박사는 제주도 사람도 아니라 제주도 실정을 모르는데 그 사람이 주장하는 내용을 제주도가 수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했다.

나일 무어스 박사는 황해와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 이동경로를 연구했던 세계적인 조류 서식지 보전 전문가다. 1998년 한국으로 이주한 나일 무어스 박사는 한반도와 황해생태권역의 조류와 서식지 보전을 위해 '새와 생명의 터'를 2004년에 공동 창립하고 대표직을 맡고 있다. 그는 자타공인 한반도 자연생태 전문가다. 이 분야의 비전문가인 제주도 건설과장은 청맹과니가 아닌 바에야 제주도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세계적 전문가의 대안을 존중은 커녕 가볍게 묵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제주도는 최근 유네스코의 '인간과 생물권계획 국제조정이사회(MAB-ICC)'가 제주도와 환경부가 신청한 생물권보전지역 제주도 전역확대를 최종 승인했다며 자랑삼아 발표했다. 동시에 제주도는 오물과 쓰레기에 난개발 천국이란 오명을 얻었다. 자연생태 분야에 대한 수준 낮은 인식과 태도를 가진 제주도정이 유네스코 3관왕을 자랑할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김양훈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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