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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우의 한라시론]해녀의 마음
김도영 수습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19. 07.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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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말 에티오피아에서 기분 좋은 소식이 건네졌다. 제주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 벌써 2년을 훌쩍 넘긴 셈이다. 그만큼 어느새 잊고 살았나 싶어 되레 속상하기까지 하다.

언제가 우연히 본 '지식채널 e' 의 한 장면. 여든 남짓한 해녀삼춘과의 인터뷰가 인상 깊다. "할머니, 스쿠버 장비를 이용하면 훨씬 편하시잖아요?" "그럼 편하지. 혼자서 100명 몫은 하니." "그런데 왜 안 쓰세요. 힘드신데." 그러니까 해녀삼춘이 대답하길 "내가 그걸 쓰면 나머지 99명은 어떻게 살라고?"

해녀삼춘처럼 이런 생각 가진 사람, 혹시 볼 수나 있을까? 정말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남보다 조금이라도 많이 갖으려고 아등바등하는 게 요즘 세태 아니던가. 곁에 있는 사람 챙기는 일마저 어리석다 핀잔주기 일쑤다. "(우리 사회는) 남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너무 없다"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이 엊그제 던진 쓴 소리다.

해녀들의 작업, 즉 물질은 홀로 하지 않는다. 모두 함께 작업에 임하고 어려움에 처했을 땐 같이 위험에 대처한다. 해녀들도 실력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뉜다. 각자의 능력대로 일하고 경제적으로 보상받는 것. 우리에게 익숙한 '불턱'은 단순히 해녀들의 탈의장이나 휴식처가 아니다. 열린 소통의 장이었다. 그 자체가 민회였다. '불턱'은 이런저런 정보와 기술을 공유할 뿐 아니라, 어떤 일을 매듭짓는 의사결정 장소이기도 했다. 만장일치가 원칙이다. 그래서 대상군은 그야말로 이 과정을 이끄는 품성을 갖춘 해녀들의 리더였다.

'할망바당'은 말 그대로 노약자 전용 바다다. 이제는 나이 들어 깊은 물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할망들에게 낮은 바다를 양보한다. 이뿐 아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집안 사정 때문에 채취물이 적거나 더 필요한 해녀에게 자신의 물건을 덜어주던 '게석'이란 것도 있다.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해녀들 나름의 사회보장이다. 게다가 '이장바당', '학교바당'같은 공익활동도 예전부터 펼쳐왔다. 서로를 보듬던 '이웃'자체가 사라져 버린 오늘, 우리에게 보내는 질문이 너무나 날카롭다.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그 어디서도 보기 드물다. '오래된 미래!' 해녀들의 공동체문화는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에 실낱같은 희망을 던진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환경재앙, 양극화, 위험사회… 그 해법을 해녀들의 공동체문화에서 찾을 순 없을까? 아니, 해녀의 시선으로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해녀의 DNA를 체질적으로 습득한 이 땅 제주사람들이 배워야 한다. 요즘 화두인 사회적 가치나 사회적 경제도 결코 생뚱맞게 빌려온 남 얘기가 아니다. 다소 어렵게 들리는 포용성이란 개념도 마찬가지다. 제주 역사와 문화 속에 아로새겨진, 그래서 우리 몸과 마음에 녹아있는 그것이다. 바로 해녀의 마음이다.

몇 달 전 강의에서 일은 고되고 벌이는 적으니 다들 물질하지 않는다며 해녀를 꼭 전승해야 되냐고 되묻던 학습자에게 글로나마 답해본다.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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