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철의 월요논단]오래 기억해야 할 두 도의원의 죽음

[양영철의 월요논단]오래 기억해야 할 두 도의원의 죽음
  • 입력 : 2019. 07.22(월) 00:00
  • 김도영 수습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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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윤춘광 도의원 영결식이 도의회 광장에서 있었다. 두 달 전인 5월에는 역시 그 자리에서 허창옥 도의원 영결식이 있었다. 한 달을 멀다 않고 도민 대표인 도의원 사망의 비보를 들어야 하는 도민들은 충격이다. 그 두 분은 한 분은 50대, 한 분은 60대로 지방정치인으로서는 한참 일할 나이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는 추모사들이 연이어 진 것이다. 혹자는 기초의회가 폐지되어 그 일까지 도맡아서 격무로 돌아가셨다고 주장도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 두 분과 동시대를 살았고, 그들이 쌓아 놓은 흔적을 생생하게 보았던 필자는 또 다른 사망원인을 찾아본다.

그 두 사람은 배고픔이 아니라 독재정부에 의해 인권유린이 일상화되었던 암울한 시대에 방향을 찾지 못한 시대를 맨 몸으로 그리고 가장 앞장서서 이끌어 갔다. 독재정권에게는 쉼 없이 정권교체를 외쳤고, 농산물 개방을 당연시 하면서 농업을 포기하는 정부를 향해서는 '농업을 살려내라'고 외치고 외쳤다. 당시 독재정부에 대한 반정부 시위는 대학, 정치권에서 주도를 했다. 주도 내용도 청와대와 국회를 향했다. 그러나 이 두 분은 우리 지역의 외진 곳, 무시당하는 그들과 늘 함께 있었다. 윤춘광 의원은 기초 공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그 분이 하는 말, 논리, 어느 하나 막힘이 없었다. 민주화에 대한 그의 노력과 정열, 그리고 진정성은 어느 명망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허창옥 의원은 반정부 운동 면에서 보면, 제주도에서도 외진 곳이라고 하는 대정골을 무대삼아 오직 농업과 농민의 생존을 위하여 젊음을 다 받쳤다. 지금 제주도에서 대정이 농민운동의 중심이 된 이유도 바로 허창옥 의원과 그 동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두 분은 그 분들이 사랑하는 제주도와 제주도민을 위하여 민주, 민권, 농민을 위하여 몸과 혼을 다 받쳤다. 30여년을 그랬다. 아무리 강자라 해도 인간에게는 혼신의 용량이 있다고 믿는다. 그 두 분은 이미 그 용량을 초과하고 초과하였기에 죽음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이 지역의 민주화와 농민운동을 위하여 치열하게 싸웠던 그 결과로 4·3사건의 진상, 간첩조작사건 등 크고 작은 인권유린, 반민주 사건들이 적나라하게 밝혀지고 있다. 곧 사라질 것 같았던 제주농업도 다른 지역에 비해 여전히 싱싱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 분들의 헌신에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인 것 같다. 아직도 정부와 권력자, 기득권자에 의한 횡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제주산업의 중심인 농업도 사실은 늘 위태위태하다. 이 현실을 잊지 않겠다. 만약 다시 엄중하고 암울한 시대가 오면 우리 역시 당신과 당신 동료들이 해왔던 방식으로 지역을 위하여 헌신하는 토양을 만들어 가겠다. 우리가 지금 이 생각을 공유한다면 저승 가는 길 두 분 애연가에게 마지막 담배 한 개피 드리는 일일 것이다. 도의회든 그들과 함께 했던 단체든 매년 그들을 기리는 무엇인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일들이 제2, 제3의 허 의원, 윤 의원을 길러내는 반석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양영철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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