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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조미영의 제주마을 탐방] (8)정(情)이 흐르는 내도동
'알작지' 해변으로 명성… 해안 경작지 의지한 농촌
유재선 기자 sun@ihalla.com
입력 : 2019. 08.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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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천 하류 동쪽 해안일대 형성
개발 등으로 몽돌바다 원형 잃어
인심은 여전… 마을 제1보물 '정'



내도마을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이다. 평범하게 일주도로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이호동과 연결된 해안도로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관광을 위해 내도동을 찾는 이들은 어김없이 해안도로로 진입한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길은 이호동에서 내도동으로 가는 올레길이다. 밭 사이의 좁은 길로 들어서면 풍경은 금세 달라진다. 밭담사이로 누런 흙밭이 넓게 펼쳐진다. 멀리 아스라이 한라산을 끼고 혹은 북쪽의 바다를 끼고 이렇게 농토로 남겨진 땅이 얼마나 될까? 라는 의문에 감격과 우려가 동시에 밀려온다. 이 또한 언제 사라져버릴지 모르기에 얼른 맘속 깊이 풍경을 꼭꼭 담아놓는다.

이호동과 외도동을 잇는 내도해안도로

내도동은 외도천 하류 동쪽 해안 일대에 형성된 마을로 도근천의 안쪽마을이라는 뜻에서 내도그내, 내도그리, 안도근내라고 하다가 내도동이 됐다. 17세기 기록에는 도근천리라고 표기된 것으로 보아 도그내마을로도 불린 듯하다. 동쪽으로는 원장천을 경계로 이호동과 인접하고 도근천이 흐르는 서쪽으로는 외도동, 남쪽은 어시천을 경계로 도평동이 있다. 현재는 외도동과 행정동으로 묶여있다.

내도동의 북쪽은 바다이다. 그래서 바다와 연관된 유적이 많다. 이호동에서 들어오는 해안도로 초입에는 향토유형유산 제10호로 지정된 방사탑이 있다. 바다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한 것이다. 원래는 6기가 있었으나 1기만 원형이 남아있다. 마을 바닷가 '두리빌레'에는 용녀부인을 모신 알당이 있다. 바다를 관장하는 해신당 역할을 했으나 이제는 너럭바위만 남아있을 뿐 신당의 흔적은 없다.

마을의 액운을 막아주는 방사탑

내도동은 해안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포구가 없다. 그래서 어촌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현재 마을의 해녀는 4명뿐이다. 이 분들이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도동에는 '알작지'라는 멋진 해안이 있다. 한라산 계곡에서 흘러온 돌들이 시간에 의한 물리적 풍화로 자갈이 돼 이곳에 쌓이며 생긴 것이다. 동그란 몽돌이 400여m의 해안을 이룬다. 파도가 밀려오면 자갈들이 구르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리는 곳이다.

아쉽게도 최근 도로개발과 주변의 방파제 등으로 원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밀물 때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적지 않게 실망을 하게 된다. 그래도 썰물이 돼 자갈이 드러나자 바릇잡이 하는 모습들과 어우러져 과거의 알작지가 드문드문 보인다. 거기에 더해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바다의 암맥군과 코지의 기암괴석들이 신기함을 더한다. 바다가 주는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동네 쉼터로 활용되는 마을 생활문화센터

그런데 내도마을에는 산이 없다. 해안의 경작지에 의지해 사는 농촌이다. 바다를 끼고 있지만 포구가 없어 어촌도 될 수 없고, 농촌이지만 산이 없어 풍요로운 채취도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런 어려움이 오히려 마을 사람들을 단합하게 했다.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협력해온 덕분이다. 그런 마을의 풍속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150여년간 이어온 마을포제는 물론 지역민들이 모은 성금으로 마을회관을 건립한 이력들이 그 증거이다.

마을회관은 아담하니 정겹다. 주변으로 푸릇푸릇 나무가 감싸고 있어 자꾸만 머물고 싶어진다. 그래서일까? 마을회관 입구 동쪽에 생활문화센터가 있다. 마을창고를 개조해 만든 곳으로 아이들과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마을을 찾는 이들을 위한 쉼터이기도 하다. 무더위나 추위를 피해 이곳에 가면 조건 없이 공간을 내준다. 지나가는 객에게 물 한잔 떠주는 인심이 아직 남아 있는 곳이다.

농촌의 정취가 남아있는 포근한 마을 풍경.

인터뷰 내내 여자 어르신들이 오고가신다. 왜냐고 여쭈니 어르신들을 위한 점심을 차리는데 재료를 갖다 주기 위해서란다. 공금으로 노인회 점심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지역 사람들이 반찬과 재료를 나누며 식사를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매일 점심을 같이 나누고 지내니 한 마을의 사람들은 식구와 다름없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하다. 여느 풍경 못지않은 내도마을의 제일 보물은 '정(情)'이다. 이런 좋은 풍습이 오래 이어지길 바란다. <여행작가>

[인터뷰] 고병규 내도동마을회 고문 "경로당 신축 해결방안 마련을"

마을토박이로 오래 살다보니 마을의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 됐다. 400여년 전 조씨 성을 가진 사람이 처음 마을을 일궜다. 이후 상동에 신씨, 중동에 김씨, 하동에 윤씨가 정착하며 마을이 형성됐다. 바다를 끼고 있지만 포구가 없어 어촌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과거에는 배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으나 여건이 안 좋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신 해녀 일을 하시는 분들이 명맥을 유지한다.

제주시에 속하지만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콩, 보리를 주로 경작했으나 지금은 특작물 재배를 많이 한다. 환경이 어렵다보니 농촌 공동체가 잘 형성돼 있다. 마을회관 앞 비석들에서 알 수 있듯이 마을에 전기를 놓을 때와 회관들을 건립할 때 많은 노력이 있었다. 당시 내가 젊어서 실무를 했다. 일본으로 출향한 내도리 친목회를 찾아가 성금을 모으고 그 자본금으로 지금 마을회관의 시초를 닦았다. 지금은 복지회관 임대 수입으로 경로잔치도 하고 도 일주여행도 후원받는다.

그런데 아쉽게도 경로당이 낡아 비가 오면 자꾸 물이 샌다. 보수를 해도 고칠 수가 없어 신축을 해야 하는데 행정적 기한에 제약이 있어 신축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장마철이나 큰비가 오면 상당히 불편하다. 해결방안이 생기길 바란다.

[인터뷰] 김두옥 노인회장 "알작지 해변 복원방안 찾아"

내도동에도 새로운 이주민들이 많아지며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마을 노인회 회원이 95명인데 이중 20여명이 늘 경로당에 나와 식사를 같이 한다. 가족처럼 서로 챙겨주는 풍습이 좋다.

알작지 해변이 유명한 동네였는데 최근 많이 유실돼버려 아쉽다. "자글락 자글락" 파도에 자갈이 밀려오는 소리가 음악소리처럼 좋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 풍경이 다시 되돌아올 수 있도록 해결방안을 찾아 복원되길 바란다.

바다가 있어 어촌계가 있긴 한데 활성화되지 못했다. 해녀 분들도 숫자가 적고 연로하다. 바닷가에 해녀 탈의장이 없어 무거운 잠수복을 입고 몇 백m를 걸어 다녀야 한다. 다른 지역의 해녀탈의장과 쉼터를 보면 부럽다. 비록 숫자가 적더라도 이곳의 명맥을 유지하는 해녀들을 위해 자그마한 탈의장이라도 조성해 주었으면 좋겠다.

마을회관 옆 생활문화센터는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곳이다. 단체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마을을 찾은 손님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가끔 단체 버스들이 이곳에 들려 커피도 타마시며 쉬어간다. 복지회관에 마을 독서실도 있어 학생들이 이용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마을회관이 있어 구심점이 되고 있다. 과거 성금을 모아 마을회 자산을 만들어주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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