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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의 문화광장] 해녀 vs 택시
김도영 수습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19. 09.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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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혼자 택시를 타면 항상 운전자의 옆 조수석에 앉는다. 이유인즉, 기사님들이 대부분 필자보다 연배인데다가 뒷좌석이 상석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서고, 다른 한 가지 이유는 기사님들과 대화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물론 자가운전을 하는 필자가 택시를 탔다는 건 대부분 음주 후일 가능성이 크다. 술 한잔 걸친 취기 오른 손님과의 대화가 불편할지도 몰라 나름 최대한 예의를 갖춰 기사님과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다. 때론 짧은 만남이 아쉬워 서로 연락처를 나눠 또래면 친구가 되고, 연배면 인생 선배로 모셔 좋은 인연이 되곤 한다.

필자는 마틴스콜세지 감독의 '택시드라이버'를 보고 고독한 뉴욕 밤거리를 운전하는 로버트드니로의 모습에 반해 잠시 택시기사를 꿈꾼 적이 있다. 당시 택시운전자격증이 막 도입됐을 때라 자격증을 취득해 택시회사에 찾아갔으나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거절 당했다.

필자는 근 30년간 전국에서 수백 아니 수천 번의 택시를 탔을 것이다. 그런데 30년간 기사님들과 대화의 첫 화두는 언제나 '경제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매해 '올해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는 그분들의 말에 때론, '경제순환주기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데 왜 항상 어렵다고만 하실까' 의아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택시기사님의 경제적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분들의 고충을 십분 이해하게 됐다.

몇 년전 한림에서 성산으로 가야 할 일이 있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택시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다행히 한림지역택시로 전화하니 기사님이 와주셨다. 그분은 대기업에서 배송업무를 하시다가 퇴직 후 개인택시를 하신다고 했다. 택시에서 흔치 않은 재즈음악이 흘러나와 사연을 물으니, 평소 재즈음악을 좋아했던 기사님은 건강을 위해 즐기던 술, 담배를 끊고 악기를 사서 독학으로 배우고 있단다. 필자도 색소폰을 연주한다는 말에 기사님은 나의 동의를 얻는둥 마는둥 하며 차를 한적한 바닷가로 몰았다. 그리고 보여줄 것이 있다며 트렁크를 열자 색소폰, 코넷, 피콜로트럼펫 등 여러 금관악기들이 있었다. 하나씩 꺼내 보여 주며 합주를 하자신다. 필자도 일정을 마친 터라 흔쾌히 응했고 제주 밤바다를 배경으로 우리의 즉흥연주는 몇 시간이고 이어졌다. 최근에 뵀던 이 인상 깊은 택시 기사님 이야기는 '경제적 상황이 인간의 행복을 완전히 지배하지는 않는구나'라는 안도감을 주었다.

하지만 매년 택시운전자가 고령화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특히 공유경제시대에 맞춰 생겨난 카쉐어링이나 카풀 그리고 플랫폼택시의 도입으로 택시가 설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급변하는 세상, 그 변화의 부적응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이 아닐 것이다. 필자에게 택시 기사님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고 동병상련의 마음이 드는 이유는 점점 고령화되고 수입이 줄어 대가 끊길 위기에 있는 제주해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이지 않을까?

<이한영 제주해녀문화보존회장·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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