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정의현성 600년 만에 이어지나

옛 정의현성 600년 만에 이어지나
성산읍 고성리 LH임대주택 공사장 이어
인근에서 15m 규모 성곽 추가로 발견돼
문화재청 보존과 함께 추가로 발굴 조치
제주도 "문화재 지정·복원 계획 검토 중"
  • 입력 : 2019. 09.03(화) 16:53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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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에서 발견된 옛 정의현성 성곽. 사진=(재)제주고고학연구소 제공

속보=600년 넘은 제주의 고성(古城)이 새롭게 들어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이는 신세(본보 5월 21일자 4면)가 된 가운데 약 400m 인근에서 또 다른 성곽이 발견됐다. 문화재당국은 원형보존 및 추가 발굴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전체 성곽을 잇는 복원 계획도 검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3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1233-1번지 일대에서 '옛 정의현성'에 대한 시굴조사가 진행됐다. 이는 해당 부지에 '고성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가 추진되면서, 문화재청이 사전에 매장된 문화재가 없는 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시굴조사 결과 길이 약 15m 규모의 옛 정의현성 성곽이 확인됐다. 이에 문화재청은 개설공사를 중단시키고, 추가 발굴조사를 (재)제주고고학연구소에 의뢰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16년 6월에는 해당 부지에서 400m 가량 떨어진 'LH 국민임대주택' 건설 공사현장에서도 길이 약 220m에 이르는 옛 정의현성 성곽이 발견된 바 있다. 이 성곽은 기단부가 뚜렷하게 확인되는 등 축조 당시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었지만, 문화재청이 공사를 그대로 진행시키면서 성곽이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이는 신세가 됐다.

 

지난 2016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LH 국민임대주택' 건설 공사현장에서 발견되 길이 약 220m에 이르는 옛 정의현성 성곽. 한라일보DB

옛 정의현성 성곽이 잇따라 나오면서 제주도는 보존을 넘어 '복원'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이는 성곽 등 문화재가 고립되면 그 가치가 퇴색된다는 판단에서다.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추가 발굴조사 및 문화재 심의 결과에 따라 향후 옛 정의현성을 문화재 혹은 향토유산으로 지정하고, 주민 공청회를 개최해 복원을 위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옛 정의현성은 조선 태종 16년(1416)에 기존 17현을 제주본읍과 대정·정의현 1읍 2현 체제로 통합 정비할 당시 고성리에 설치됐다. 이후 방어상의 문제 등 여러 불리한 조건으로 고성리에 있던 정의현성을 1423년(세종 5년)에 지금의 성읍리로 옮기게 됐다. 고성리는 옛 정의현성이 있었던 마을이라 해서 '고정의현'이라 했으며, 오늘날에는 고성(古城)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옛 정의현성은 이러한 조선 초기 제주 성곽사와 행정체계의 변천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인 것이다.

 옛 정의현성은 총 길이 1.45㎞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원형이 남아 있는 구간은 870m, 유실된 곳이 430m, 변형된 구간이 150m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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