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우의 한라시론]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강종우의 한라시론]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 입력 : 2019. 09.12(목)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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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인가 보다. 우연한 기회에 연수차 덴마크를 방문했던 때가. 말로만 듣던 백야(白夜)를 온몸으로 겪느라 잠을 설치고 말았다. 숙소 가까이 바다 건너 스웨덴 말뫼의 눈물(?)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지금껏 이런저런 일들이 기억에 또렷이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놀랐던 건 돌아오고 나서였다. 연수기라도 써 볼 요량으로 여기저기 자료들을 뒤적이면서부터. 설익은 지식으로 아는 척 나대기나 했던 내 자신에 송구함을 감출 길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 얀테의 법칙(Law of Jante) 때문.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당신이 우리들만큼 좋다고 생각하지 말 것', '당신이 우리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등등. 얀테의 법칙은 총 10개로 이어지는 일종의 경구다. 1933년에 노르웨이에서 발간된 도망자라는 소설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 법칙의 요지는 명확하다. 어떤 누구라도 더 특별하지 않고 모두가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한다는 것. 비단 덴마크에 그치지 않는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모든 북유럽 국가에 흐르는 국민적 정서다. 이념과 제도를 떠나 복지국가를 완성시킨 북유럽인의 윤리이자 정신 바로 그 자체다.

성공한 사람이라고 그들을 올려다보지도 않는다. 성공했다고 자랑하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어떤 좋은 일이 있어도 열렬한 환호는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참 재미없게 산다 싶다. 하지만 동화의 나라로도 잘 알려진 덴마크야말로 UN이 발표한 세계행복지수에서 연달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덴마크 국민들이 행복한 이유는 결코 부유해서가 아니다. 얀테의 법칙처럼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일상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는 북유럽을 복지국가라고 부러워 하고 우리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하지만 그러자면 사실 이런 윤리나 정신이 앞서야 되지 않을까? 새삼 되돌아 볼 일이다. 이런 시민의식 없이는 복지국가란 그림에 떡에 불과하다.

그럼 우리는 어떤가. 한창 인기몰이 하는 온갖 자기계발서는 하나같이 자존감과 성취욕을 부추긴다. '너는 특별하다.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문구가 가득하다. 우리는 자존감을 위해 특별함을 강조한다. 하다못해 되레 특권의식으로 폭주하길 서슴지 않는다.

요즘 세칭 '강남좌파'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다름 아닌 내 연배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586이라 불리는 우리 세대의 적나라한 이중성. 그저 말문이 막힌다. 괜히 부끄럽다. 해준 게 별로 없는 부족한 아빠로서 미안한 마음을 넘어 앞선 세대의 한 패거리라서 애들과 그 또래의 청년들에게 민망하기 그지없다.

촌철살인 같은 마지막 경구를 보태면서 끝내고자 한다.

얀테의 법칙11 - 설마 우리들이 당신에 관해 아주 조금만 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Perhaps you don't think we know a few things about you?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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