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하루를 시작하며] 역사를 기억하는 두 가지 방식

[조미영의 하루를 시작하며] 역사를 기억하는 두 가지 방식
  • 입력 : 2019. 09.18(수)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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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달간 여러 나라를 다니며 확연히 다른 역사서술의 방식을 가진 나라 둘을 보았다. 독일과 일본이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두 나라가 기억하는 역사는 무엇일까?

처음 찾아간 곳은 히로시마다. 1945년 8월 6일 떨어진 원자폭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원폭돔을 중심으로 평화 기념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당시의 상태 그대로 보존된 원폭돔은 원자폭탄의 위험을 알리는 상징으로 1996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히로시마 평화공원 곳곳에는 당시 희생된 이들을 위한 추모비와 위령탑 그리고 각종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다. 당시의 끔찍했던 현장을 알리고 경각심을 갖고자 하는 의미와 함께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평화 기념관 내부 전시실에는 히로시마의 피폭 이전의 모습과 피폭 이후의 모습을 사진과 판넬 등으로 설명하고 피폭 희생자들의 사연과 함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피폭으로 백혈병에 걸린 사다코가 소원을 빌며 접었다는 종이학과 피폭 당시 자전거를 타고 있던 신이치가 끝까지 잡고 있던 세발자전거까지 구구절절 안타까운 사연들이다. 그러나 어디에도 이 전쟁의 원인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원폭 투하 이전의 일본이 행한 침략과 살상에 대한 이야기는 감춘 채 철저히 피해자의 모습으로 둔갑되어 있다. 물론 당시 14만 히로시마 시민들의 희생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화를 지향한다면 객관적인 사실적시와 자기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피폭 희생자로 평생 괴로움을 겪고 계신 할머니를 만났다. 그분은 현 아베정부의 끊임없는 전쟁야욕을 비판한다. 지옥과도 같았던 당시를 떠올리면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전쟁은 지배자들의 역사이지 승전국도 패전국도 일반시민들은 모두 희생자다.

그럼 독일은 어떤가? 베를린 중심 브란덴부르크문 인근에는 '유대인학살추모공원'이 있다. 1만9000㎡의 넓은 부지에 2711개의 콘크리트 비가 세워져있다. 그곳에는 어떤 글도 그림도 새겨져 있지 않다. 방문객들 스스로 보고 느낀 대로 해석하길 원한다. 누군가는 희생자들의 묘지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광기 시대의 암흑을 떠올린다. 연간 수 십 만 명이 지나다니는 시내 한복판이다. 관광객은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수없이 스치고 지나며 경각심을 갖게 한다.

베를린 북쪽 오라니엔부르크에는 작센하우젠 수용소가 있다. 1936년 건립되어 정치범과 유대인들을 수용했던 곳으로 유럽각국의 유대인수용소를 관리 감독하고 살인 기술자들을 배출했던 곳으로 더 악명 높다. 현재 이곳은 인권교육의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치시절 자신들의 민낯을 가감 없이 공개하고 반성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

독일 기념관들의 특징은 자극적이거나 감성에 호소하기보다 사실 그대로를 올바르게 전달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객관적으로 사실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다. 과거 나치의 파시즘 선동에 호도된 자신들의 오류를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평화는 어떻게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할 때 찾아올까? 나 역시 결론대신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조미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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