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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와 문학] (21) 최현식 소설 '세화리에서'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9.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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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닷가 마을의 잠수굿 장면. 소설 '세화리에서'는 함경도까지 물질을 나갔던 제주 해녀를 우연히 만난 실향민 주인공들의 눈물겨운 망향기다.

"세화리 바닷가서 통일 봤지앵요?"
영등굿 치르는 마을서 만난
함경도까지 물질 갔던 해녀
백석도 제주·함남 잇는 역할


그는 함경남도 홍원에서 태어났다. 홍원·함흥·북청 등 함남에서 22년을 보냈고 서울에서 8년, 군복무로 휴전선에서 5년을 지냈다. 그로부터 남은 생 50여년을 아내의 고향인 제주에서 머물다 떠났다.

소설가 최현식(1924~2010). 함경도 방언을 썼던 그는 성년 이후 제주에 왔다. 그의 의식과 정서에는 함경도적인 것과 제주도적인 것이 혼재되어 있고, 입도 1세인 그가 그려낸 소설엔 반(半)제주인, 신(新)제주인의 단면(김영화)이 읽힌다. 제주에 살면서도 제주인이 아닌, 이 섬의 기후와 풍토, 제주민의 기질 등을 거리를 두고 바라봤던 제주인이다.

이는 달리말해 그가 여전히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의 소설에 망향이나 실향의 슬픔이 진하게 배어나는 이유다. 통일에 대한 꿈이 멀어질수록 그 감정은 더욱 강렬해졌는지 모른다.

1994년 나온 소설집 '먼 산'에 실린 '세화리(細花里)에서'(1988)는 타지로 물질을 떠났던 제주 해녀를 매개로 뜻밖에 이북의 지명이 등장하고 통일에 대한 열망이 피어오르는 작품이다. 소설 속 세화리는 제주시 구좌읍이 아니라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동명의 마을을 일컫는다.

소설은 제주에 사는 '나'가 다른 지방에서 온 굿 연구자 P교수와 동행해 음력 2월 세화리 영등굿을 보러 가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함경남도 한 마을에서 자란 선후배 사이다. 굿판을 안내해준 시인 H까지 합류해 세 사람이 해녀들이 운영하는 마을 포구 노점에 자리잡아 이야기를 나누다 P교수의 함경도 방언이 튀어나온다. 해녀 노점엔 마침 홍원까지 물질나갔던 아낙이 있었다. 그 아낙은 홍원 남당리 이웃 동네인 서흥리에서 3년을 살며 여름 물질을 했던 이였다.

"서흥리! 얼마만에 들어 보는 이름인가. 천도(穿島)와 10리 백사장의 바닷가… 그 마을 이름을 세화리 해변의 한 아낙 입에서 듣게 되다니…."

이 기막힌 만남에 '나'와 P교수는 금세 취기가 오른다. P교수가 말한다. "통일요? 우리, 오늘 세화리 바닷가서 통일 봤지앵요?"

제주와 홍원을 잇는 또 다른 모티브는 백석이다. P교수가 '나'에게 선물한 백석 시선집에 담긴 시 '삼호(三湖)'와 수필 '동해'가 이 소설의 첫머리와 끝머리에 놓인다.

P교수와 헤어져 집에 돌아온 '나'는 1938년 동아일보에 발표된 백석의 '동해'가 적힌 대목을 펴든다. "제주 배 들면 그대네 마을이 반갑고 제주 배 나면 서운하지. 아이들은 제주 배를 물가를 돌아 따르고 나귀는 산등성에서 눈을 들어 따르지. 이번 칠월 그대한테로 가선 제주 배에 올라 제주 색시하고 살렵네."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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