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6·여)이 법정에서 입을 뗐다. 자신의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기 위해서인데, 현장에서 이를 들은 유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30일 살인과 사체 손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씨의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 나타난 고씨는 재판장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머리도 이전보다 덜 내려 방청석에 얼굴을 살짝 비췄다. 8장에 달하는 자신의 입장문을 이날 낭독하기로 하면서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낭독에 나선 고씨는 "전 남편을 살해한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현 남편에게 나의 억울함을 해명한 뒤에 하자고 생각했다"며 "그 억울함은 전 남편이 펜션에서 나를 성폭행하려 하자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씨는 "당시 전 남편은 졸피뎀이나 카레를 먹지 않았고, 자신의 아버지와 통화도 하는 등 맑은 정신이었다"며 "하지만 언론 등에서는 일상적으로 했던 모든 일들이 이 사건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하고, 검사도 계획 범죄라며 추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고, 고씨도 "나는 진실 만을 말하고 있다"고 맞서며 법정이 술렁이기도 했다.

　사체 손괴·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현 남편과 몇일째 연락을 하지 않아 전화가 아닌 직접 만나 해명을 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고씨는 "현재 깊이 반성하고 있고, 전 남편에 대해서도 기도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내가 저지른 죄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싶다. 재판부가 공정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해자가 카레를 먹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혈흔에서 졸피뎀이 검출됐고, 이와 배치되는 아들의 진술도 있는 상황"이라며 "사체 훼손도 현 남편에게 해명하기 위해서 했다고 하는데 이는 상식적을 납득되지 않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진 증인 심문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감정관 2명이 출석했다. 이들은 앞선 3차 공판과 마찬가지로 졸피뎀이 검출된 혈흔이 피해자의 것이 맞다고 진술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10월 14일 오후 2시 5차 공판을 진행하기로 하고, 증인으로는 고씨가 범행 직후 다친 손을 치료했던 의사가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