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속 돌풍… 뜬 눈으로 밤을 지샜어요"

"암흑속 돌풍… 뜬 눈으로 밤을 지샜어요"
지난 2일 새벽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 지역
돌풍 몰아치며 주택·하우스 시설 파손돼
이재민 27명 발생… 성산읍사무소 긴급대피
서귀포시 임시거처 지원 등 피해 최소화 노력
  • 입력 : 2019. 10.02(수) 17:02
  • 이태윤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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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읍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 이태윤기자

"돌풍에 와장창 소리를 내며 현관 유리가 깨졌어요. 당시 아이들이 거실에서 잠자고 있었는데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생각하니 아찔하네요."

 2일 새벽 3시쯤부터 몰아친 돌풍으로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 마을에선 주택 5동과 창고 1동, 컨테이터 창고 2동이 파손되고 감귤 비닐하우스 6동이 순식간에 무너지며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주택은 지붕이 강풍에 통째로 날아가고, 전선이 끊겨 정전까지 발생했다. 주택 파손으로 2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고, 9세대에서 27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면서 성산읍사무소로 긴급 대피해야 했다.

 이날 오전 찾은 신풍리 현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돌풍으로 지붕이 통째로 날아간 주택은 하루아침에 폐허로 변했고, 인근의 다른 주택은 지붕 일부가 강풍에 뜯겨나가면서 집 내부에는 빗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주택 인근의 한 감귤 비닐하우스는 쇠 파이프가 엿가락처럼 휘어져 무너져 내렸다. 인근 주민들은 밤사이 돌풍으로 인한 피해가 없었는지 집 주변과 농경지를 살피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성산읍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서 뜬눈으로 밤을 샌 이재민들의 얼굴에는 돌풍 당시의 충격과 근심으로 가득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로, 집이 파손된 이들은 임시거처를 알아보기 위해 집과 가까운 펜션이나 숙박시설에 연락하느라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2일 태풍 피해지역인 성산읍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이우연(41·신풍리)씨는 "새벽에 돌풍으로 갑자기 현관 유리가 깨져 버렸다. 당시 아이들은 거실에서 자고 있었는데 자칫 바람에 유리 파편이 애들을 덮쳤더라면 큰 피해를 입을 뻔 했다"며 충격적이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정전이 되면서 암흑과 같은 집에서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없어 주변 주민들과 함께 읍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강성분(49·신풍리)씨는 "바람이 워낙 세 유리창이 깨지면서 이웃들과 함께 읍사무소로 대피했다 오전에 잠시 집을 둘러봤는데 아이가 잠자던 방의 유리창도 깨져 유리 파편이 주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만약 대피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끔찍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인식 신풍리장은 "밤사이 몰아친 돌풍으로 마을주민이 유리 파편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는 등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며 "더불어 태풍이 오기도 전에 산간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마을내 농경지가 상당수 침수됐다. 최근 파종한 월동무 등 싹을 막 틔우기 시작한 농작물이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게 됐다"고 우려했다.

 한편, 성산읍사무소로 긴급 대피했던 25명의 이재민은 성산읍 지역 민간숙박시설로 임시거처를 옮긴 상태다. 서귀포시는 재해기금을 활용해 1세대당 하루 5만원의 숙박 지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주택이 완파된 가구의 피해규모를 조사해 재난기금지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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