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수의 건강&생활] 선생님, 다리가 무거워요

[이길수의 건강&생활] 선생님, 다리가 무거워요
  • 입력 : 2019. 10.16(수)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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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전문적으로 한다는 말은, 전문적으로 하는 그 무엇에 대해 많은 지식과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있겠으나 다른 비슷한 무엇인가와 잘 구분하는 능력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음도 포함돼야 한다는 것을 진료실에서 늘 실감한다.

하지정맥류에 집중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다리가 무겁고 붓는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다리가 무거우면 나이가 들어서라든가, 요즘 단지 조금 무리하거나 오래 서 있어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할테지만 의외로 꼭 고려해야 할 몇가지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첫번째는 하지정맥의 역류 때문일 것이다. 혈관이 보이고 안보이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마치 고장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듯 심장을 향해 올라가던 정맥이 아래로 떨어짐으로서 조직의 정맥압이 올라가고 이때문에 혈액순환(산소공급)이 안되면서 다리는 만성적으로 붓고 무거움을 느낀다. 즉, 아기가 울음으로서 배고픔을 표현하듯이 높아진 정맥성 고혈압과 산소부족에 대한 조직의 표현이 바로 다리의 붓기와 무거움이다. 하지정맥류가 원인일 경우에는 밤에 쥐가 나는 증세가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눈으로 확인해서는 정맥류의 존재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정밀하게 혈관초음파로 조사하면 90% 이상 찾아낼 수 있다.

두번째 많은 이유는 평소 복용하는 약물에서 원인을 찾는다. 특히 우리가 많이 먹는 고혈압 약물 가운데 다리를 붓게하는 성분을 가진 약물이 꽤 있다. 특히 칼슘길항제라 불리는 약물은 조직에 염분축적을 조장 할 수 있어 일정기간 이상 복용하면 다리에 부종과 함께 무거움이 생긴다. 칼슘길항제 이외에 소염진통제, 전립선약, 호르몬제, 피임약물 등도 그러하다. 특징적으로 약을 중단하면 붓기와 무거움이 사라진다.

세번째 이유는 허리디스크나 좌골신경통에 의한 이차적인 경우다. 하지만 무거움을 호소하는 환자의 분율은 크지않고 또한 신경전도검사나 X-ray 등으로 감별이 가능하다. 비슷한 근골격계 질환으로 섬유근육통(fibromyalgia)이나 운동선수 증후군이 있다. 쉽게 이야기 해서 너무 근육을 많이 사용하고 제대로 쉬지 못해 생기는 것으로 충분한 휴식 이후에 호전 된다.

네번째 이유는 심장이나 콩팥의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오랜 만성이라면 환자 스스로 알고 있겠으나 안타깝게도, 상당수에서 자신의 심장이나 콩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첫번째 증상이 다리 무거움과 부종이다. 간단한 혈액검사와 심장초음파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고 각각의 이상이 어떤 종류인가에 따라 약물치료에서 수술까지 치료방법도 매우 다르다.

다리가 무겁고 부어서 불편하신 분들, 하지만 너무 걱정 할 필요는 없다. 정확한 원인만 알면 고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게 21세기 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강점 아닌가! 제대로 된 원인을 알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서 이 청명한 제주도의 가을을 마음껏 즐기자. <이길수 제주 수흉부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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