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원의 문화광장] 제주 자연유산, 문화유산 돌보기

[고재원의 문화광장] 제주 자연유산, 문화유산 돌보기
  • 입력 : 2019. 10.22(화)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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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람으로 태어나 제주에서 살고 있다. 매일 아침 정실에 있는 사무실 옥상에 올라 한라산의 사계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육지 사람들은 제주가 좋다고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온다. 심지어 제주로 이주해 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정작 제주사람들만이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잊고 사는 것 같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학술조사라는 미명하에 한라산 정상을 30년만에 올랐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백록담을 포함해 주변 경관을 감상했다. 힘들어 한라산신께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내려온 적이 있다.

최근 대전에 출장을 갔었는데, 시간이 좀 남아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을 둘러 본적이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친숙한 동물 2마리가 나를 노려본다. 천연기념물인 제주마와 제주흑돼지였다. 육지에서 보니 반가웠다. 안으로 들어가니 우리나라 천연기념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곳곳에 제주의 자연유산이 보인다. 만장굴을 비롯한 동굴과 문섬, 백록담, 주상절리, 산방산, 화석, 나무 등 수없이 많은 유산이 전시장을 메꾸고 있다. 전시를 보고 나니 제주자연유산을 빼면 휑할 것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아마도 지정된 천연기념물은 전국 면적당 분포도에 있어 제주가 제일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국적으로 자연유산이든 문화유산이든 문화재 돌봄사업 혹은 지킴이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돌봄사업은 모니터링, 일상관리, 경미보수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사업은 각종 문화재의 훼손을 미연에 방지하고, 관람환경을 개선하고, 경미한 문화재 훼손사항에 대해 신속히 복구하는 사전 예방적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다. 아울러 취약계층의 인력을 활용함으로써 지역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문화재 인력을 보완하는 효과도 있다. 제주에는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분리하여 2개의 비영리법인 단체에서 담당하고 있다. 사업기간은 2~3년으로 업무평가를 한다. 사업의 선정은 평가를 통해 문화재보존관리 실적, 문화재수리가능성, 문화재 보존관리 능력을 고려한 제안서 입찰에 의해 선정한다.

이러한 사업은 문화재 보호와 보존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문화재 보존과학의 전문가와 문화재 보존처리 등 전문 인력이 반드시 배치돼야 한다. 따라서 전문성이 요구된다. 현재 제주는 공공기관에서 대행하거나 전문인력이 미비한 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다보니 인력구조의 경직화, 행정인력의 비대화로 인해 정작 문화재 돌봄 본연의 업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조직구조를 보면 단장, 실장, 팀장, 팀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팀장급 이상은 전문인력이 배치돼야 한다. 상시인력에 대한 처우도 개선돼야 할 것이다.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은 우리가 공유해야할 자산이다. 이를 후손에게 부끄럼없이 물려주어야 할 책무가 있다. 제주지역의 유산은 널려 있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각종 개발로 인한 유산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보다 철저한 보호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문화재와 관련된 사람뿐만 아니라 제주도민들도 제주유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고재원 제주문화유산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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