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미의 하루를 시작하며] 나를 사랑하기까지

[김윤미의 하루를 시작하며] 나를 사랑하기까지
  • 입력 : 2019. 10.23(수)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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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간절히 소망하면 온 우주의 만물이 나를 돕는다.'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에 나오는 문구이다.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양자물리학'을 보고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영화는 양자물리학이라는 큰 물줄기에 권선징악을 바탕으로 통쾌한 스토리가 흘러들었다. 스토리나 어려운 과학이야기를 떠나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라는 매력적인 이론에 상념이 멈추었다.

싱싱하고 예쁜 과일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는 곪고 썩은 후에야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스스로에게 짜증이 나고 싱싱했던 과일의 모습을 떠올리니 돈이 아깝다. 그러나 되돌릴 수 없다. 그러니 썩은 과일은 빨리 잊어야 정신건강에 좋다.

삶은 끝없는 선택으로 이어진다. 때로는 간절하게 때로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선으로, 혹은 수많은 계산에 의해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을 한다. 싱싱한 과일을 산건 나의 선택이었지만 까마득히 잊어 냉장고에 방치한 것은 선택을 책임지지 않은 것과 같다. 의도하진 않았으나 싱싱한 과일을 선택하며 상상한 맛있게 먹는 결과는 어긋나고야 말았다. 선택을 할 때는 예의 원하는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때로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우연성, 그게 삶에 숨어있는 변수다.

양자역학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반은 살아있고 반은 죽어있을 수 있지만 그 이론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안정적을 이야기하듯 선택에 의해 야기되는 결과 중 하나만이 현실이 된다. 그렇다면 과학적 근거를 뒤로하고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이론으로 다시 돌아와 생각해 보자. 여기에는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생략돼 있다. 생각이 생각에 멈춰있거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현실이 되지 않는다. 생각이 터무니없는 이상일지라도 끊임없이 갈구하면 더디더라도 스스로 무언가를 실행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긍정의 힘이든 불굴의 의지이든 뜨거운 열정이든 스스로의 에너지를 쌓아 나아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의 중심에 '나'를 세우는 '자기애'가 가장 중요한 출발선이라 생각한다. 결국 모든 선택과 행동은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니 말이다.

지난 14일, 25살 아름다운 청춘의 한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했다.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그녀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외로움은 감히 상상할 수 없지만 그 엄청난 용기가 스스로를 죽이는 데 쓰였다는 것이 무척이나 슬프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죽음을 생각할 것이다. 허나 대부분 실행으로 옮기려는 용기를 삶을 지탱하려는 것에 쓰는 선택을 하곤 한다.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은 나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그렇게 견디다 보면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익어가는 과일처럼 성숙된 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소망으로 말이다.

결국 삶을 지탱하는 것은 삶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사랑하는 것일지 모른다. 어쩌면 타인을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 나를 사랑하기까지 행복하기 위한 방법들을 수없이 시도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 안에 숨겨진 양자물리학이고 슈뢰딩거의 고양이고 시크릿일 것이다. <김윤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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