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학교] (6) 화북초 '이야기 선생님'

[책읽는 학교] (6) 화북초 '이야기 선생님'
'엄마'가 읽어주는 책 이야기 들으며 상상의 나래
  • 입력 : 2019. 11.05(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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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1·2학년 이야기 선생님의 책 읽어주기 시간
아이는 다양한 책 가까이 만나고 부모는 소통 기회 가져
폐기예정 도서 증정·독후활동 등 책 읽는 또 다른 계기


"자, 이야기 선생님 오실 시간이에요." 지난달 22일 제주시 화북초등학교 1학년 1반 교실. 담임 김성미 교사의 말에 아이들이 자리를 정돈해 앉았다. 화요일 첫 수업이 시작되기 전 10분 남짓, 아이들은 '이야기 선생님'을 만나고 있다.

이 시간 교단에 서는 건 '엄마'들이다. 이날 이야기 선생님으로 나선 1학년 학부모 임지희 씨는 흰색 칠판에 아이들을 위해 골라 온 책 제목을 또박또박 적었다. 이내 큰소리로 책을 읽어 내려가자 모든 아이들의 눈과 귀가 한데 모였다.

화북초 이야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사진=김지은기자·화북초등학교 제공

같은 시간 옆 반에서도 이야기 선생님과의 책 읽기가 한창이다. 매주 화요일이면 이야기 선생님 여럿이 학교를 찾아 1·2학년 모든 반에서 책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2008년부터 봉사활동으로 시작된 책 읽어주기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교단에 선 '엄마'들… 책 이야기 선물

엄마들이 '선생님'이 돼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집이 아닌 교실이기에 더 특별하다. 김성미 교사는 "자신의 엄마가 이야기 선생님으로 올 때면 반응이 더 폭발적"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자유롭게 책을 접한다. 내가 읽어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겐 다양한 책을 보다 가까이 만나는 기회가 되고 있다. 길태윤(화북초 1) 군은 "엄마가 직접 학교에 와 책을 읽어주니 더 재밌고 기억에 남는다"며 "학교 도서관도 같이 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폐기 도서 증정 행사

이야기 선생님에게도 이 시간은 뜻깊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재미에 푹 빠져 자녀가 졸업한 뒤에도 활동을 이어가는 '명예 이야기 선생님'도 있다. 세 자녀 모두 화북초를 졸업했다는 양진 씨는 "일주일에 이날을 가장 우선시한다. 멀리에선 그림밖에 안 보일 텐데도 아이들이 내 얘기를 들으며 무언가를 상상하는 표정이 이 활동을 계속하게 만든다"며 웃었다.

이야기 선생님은 매주 아이들에게 들려줄 책을 고르기 위해 여러 가지 책을 읽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수고도 마다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녀와도 책을 공통 관심사로 대화를 넓히고 있다. 학부모 채설희 씨는 "어떤 책을 읽어줄지 고민할 때면 아이들이 직접 골라주고 뿌듯해 한다"고 했고, 윤현혜 씨는 "이야기 선생님과 사서 봉사를 함께하다 보니 아이들이 자연스레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동은 책 읽기에 그치지 않는다. 해마다 열리는 학교 꿈누리축제 때 아이들이 책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동화극을 무대에 올려 왔다. 2017년부턴 빛그림 공연으로 아이들과 둘러앉았다. 이야기 선생님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민유 씨는 "움직이는 빛그림 화면에 엄마들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더해 공연을 했는데 아이들의 호응이 좋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려질 뻔한 책 나누고 독후활동도

화북초는 이야기 선생님 활동 외에도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올해에는 학년별로 같은 책을 읽고 걱정인형, 필통, 메모꽂이, 독서대 등을 만드는 독후활동을 진행하며 책 읽는 재미를 더했다.

화북초 5학년의 독서활동 '나만의 에코백 만들기'.

그냥 버려질 뻔한 책을 나눈 '폐기 도서 증정 행사'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는 동기가 됐다. 화북초가 지난 7월 일주일간 진행한 이 행사에서 아이들은 제 손이 닿지 않던 책을 다시 보며 그 가치를 발견했다. 대출 이력이 전혀 없던 책 1300여권의 상당수가 새 주인을 찾아갔다.

화북초 도서관 업무 담당 송은미 교사는 "평소 스마트폰에 익숙해 책을 잘 읽지 않는 아이도 지난 행사에서 가져간 책 5권을 다 읽고 독서 공책을 쓴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서 "책을 그냥 버리는 대신에 아이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니 책을 읽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왜 책인가?]화북초등학교 교장 강순일


책 읽는 아이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장소가 어디든 사람이 누구든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독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경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게 한다. 훌륭한 위인들의 삶도 다시 배우고 생각하게 한다.

꿈누리축제 빛그림 공연.

책은 차별이 없다. 예쁜 사람 못생긴 사람 구별하지 않고 공부 잘하고 못하는 사람 구별 없고 한국 사람 영국 사람 구별 안 하고 돈 있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

다른 나라에 가보지 않고서도 그 나라에 대하여 알 수 있게 하며 세상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살아갈 방법을 가르쳐 똑똑하게 만들어 준다.

학교도서관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매년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의 의견으로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사 온 책들이 쌓여있고 학생들이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학생들이 이곳에 있는 책만 다 읽을 수 있어도 그 독서량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아이들이 부지런히 도서관을 드나들며 책을 읽고 책을 빌려 가는 모습은 참으로 예쁘다.

가정에서 책을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가족이 시간을 내어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 역시 중요한 가정교육 중 하나이다.

앞으로 올 시대는 쌓여있는 지식보다 그 수많은 지식을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더욱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 책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고 자신의 삶과 비교하며 더 개척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이 가을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 아닌 책을 든 아름다운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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