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우의 한라칼럼] “아니 포기가 뭡니까? 부딪혀 보지도 않고…”

[김윤우의 한라칼럼] “아니 포기가 뭡니까? 부딪혀 보지도 않고…”
  • 입력 : 2019. 11.12(화)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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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그것도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차기 협상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며 나온 '포기' 선언이다.

'포기'의 사전적 의미는 '하던 일이나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리는 것으로 이는 권리를 잃을 우려가 있음에도 이를 회복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거나 귀환할 의사가 없는 주어진 권리에 대한 방기 행위'라고 명기돼 있다. 구태여 사전적 의미를 나열하지 않더라도 개도국지위 포기는 통상주권에 대한 포기를 의미하므로 매우 무책임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쌀 등 우리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피해보전대책을 마련하는 등 농업경쟁력 제고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는 이미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때부터 들어왔던 대책들이다. 값 싼 외국 농산물 수입 급증과 세 번에 걸친 태풍내습 등 가뜩이나 힘들어 하는 농업·농촌을 달래줄줄은 모르고 오히려 농업분야 개도국 포기라는 어깃장이나 놓고 있는 정책이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1995년 WTO 출범 이후 줄곧 유지해왔던 농업분야 개도국지위로 관세 및 보조금 감축률 등 상당부분에서 혜택을 받아왔다. 관세혜택 중 우리 제주농업의 중심인 감귤과 마늘, 양파에 대한 양허관세율을 살펴보면 감귤이 144%, 마늘이 360%, 양파가 135% 등 비교적 고율의 관세를 매겨 해당 농산물이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개도국지위 포기에 따른 WTO가 정한 선진국 의무이행기준에 따르면 감귤은 43%, 마늘은 108%, 양파는 41%로 뚝 떨어진다. 다만 위 품목들이 민감품목으로 분류될 경우에는 이보다는 인하율이 덜하기는 해도 상당부분 관세율이 떨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처럼 개도국지위 포기는 그간 받아왔던 관세율과 정부보조금이 대폭 낮춰질 것이고 이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농업은 파산 직전에 다다를것이란 우려가 크다.

정부는 당장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강조하지만 당사자인 우리 농업과 농촌은 매우 불안하다. 농민단체가 주장하는것처럼 우리 농업·농촌은 수년간 되풀이 돼 온 농정실패와 점점 악화돼가는 대내외 여건들로 인해 신음하고 있으며 심지어 생산비조차 건질 수 없어 자식처럼 키워온 농산물을 스스로 갈아 엎는 피 끓는 현실을 오늘도 반복하고 있다.

다원적 기능을 가진 농업에 대한 보호 육성은 헌법이 규정한 국가 책무이다. 늦은감이 있지만 차제에 농정의 틀을 전환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우선 감귤, 마늘, 양파 등 제주농업의 중심작물들을 민감품목으로 분류하는 한편 보조금 감축률에 따른 보조금 축소문제는 시장가격과의 차액을 보전하는 '공익형 직불제'를 통해 보완해 갔으면 한다.

아울러 지난 4월에 출범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위상과 역할강화이다. 농특위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1호 공약이다. 다소 늦게 구성은 됐지만 대통령자문기구라는 위상에 걸맞게 타부처와의 업무조율과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대통령이 직접 농특위를 챙겨갈 수 있게끔 하는 게 제대로 된 농특위의 역할이자 농업·농촌에 희망을 주는 농정을 펼쳐 나가는 길일 것이다. <김윤우 무릉외갓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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