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기현 동생 비리사건 검찰 수사 무력화"

경찰 "김기현 동생 비리사건 검찰 수사 무력화"
울산경찰청, 51쪽 분량 보고서 통해 '선거 개입 의혹' 반박
"검찰, 동생 재수사 지휘하고도 영장 기각…수사 무력화" 주장
  • 입력 : 2019. 12.05(목) 10:32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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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 비리 사건을 검찰이 불기소한 데 대해 사건을 직접 수사한 울산지방경찰청이 검찰을 맹비난하면서 '선거 개입 의혹'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51쪽 분량의 내부 보고서에서 울산경찰청은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는지, 아니면 경찰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피의자를 보호하고 변호하려는 입장이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울산경찰청이 수사한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 사건은 크게 두 가지다. 최근 정국을 뒤흔든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은 김 전 시장 비서실장 사건으로, 울산지검은 그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보고 올해 3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울산경찰청이 올해 6월 작성한 이 보고서에서 검찰을 조목조목 비판한 사건은 김 전 시장 동생이 작년 1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건이다. 그의 동생은 아파트 시행권을 따주는 대신 건설업자로부터 30억원을 받기로 계약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에서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에 이어 올해 4월 동생까지 무혐의 처분을 받자 일각에서는 경찰이 자유한국당 후보인 김 전 시장을 6·13 지방선거에서 낙선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수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울산경찰청은 "김 전 시장과 그의 동생, 형 등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작년 1월 고발됐다"며 "하지만 김 전 시장 동생과 형의 수차례 출석 불응과 도피로 조기에 종료될 수 있었던 사건이 지방선거에 근접한 시기까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최대한 사건을 빨리 해결하려고 김 전 시장 동생과 형에게 5차례 출석요구서를 발송하고 두 사람이 함께 등록된 주소지에 3차례 방문했으나 이들은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를 해지하는 등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가족이 나서 조직적으로 도피시키려 노력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신속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다면 단기간에 마무리될 수 있었던 사안을 '울산시장 형제 비리' 사건으로 연일 전국적 관심사로 만든 것은 경찰이 아니라 김 전 시장 형과 동생"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당시 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임을 고려해 김 전 시장을 피의자로 두지 않았고,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선거개입' 의혹을 거듭 반박했다.

경찰은 "고발인이 제출한 증거 자료만으로는 김 전 시장의 혐의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해 피고발인 신분이던 김 전 시장을 참고인으로 전환했다"며 "만약 김 전 시장을 낙선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면 그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했겠지만, 원칙에 따라 참고인으로 전환했고 소환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울산경찰청은 보고서에서 김 전 시장 동생 사건 내용을 자세히 다루면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검찰을 비판했다.

경찰은 "울산지검은 동생의 변명을 여과 없이 인용해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며 "또 동생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참고인의 일관된 진술을 재차 확인하고도 아무런 가치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당시 핵심 참고인들을 4차례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조사관을 3차례 변경한 가운데서도 김 전 시장 동생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일관된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건 송치 후 검찰 수사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이들이 진술을 뒤집고 결국 사건이 불기소 처분으로 이어진 데 대해 "번복 경위가 의심스럽다"며 "검찰 수사 단계에서 허위진술을 강요하거나 교묘하게 자의적으로 왜곡해 기재한 자가 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당시 검사의 지휘 사안과 관련한 증거를 수집하고자 관련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계좌추적 영장을 신청했지만, 정작 검찰이 이를 기각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검사 지휘를 이행하기 위해 수사기일을 연장해줄 것을 건의했지만 이마저도 검찰이 기각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울산경찰청은 "이 사건을 통해 검찰이 어떤 방식으로 경찰 수사를 무력화할 수 있는지 드러났다"며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비리 정점에 있는 피의자들에게 어떻게 면죄부를 줄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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