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철의 월요논단] 제주도 체육회장 선거가 이상하다

[정구철의 월요논단] 제주도 체육회장 선거가 이상하다
  • 입력 : 2019. 12.09(월)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그동안 광역시, 도지사가 당연직으로 맡아오던 체육회장직을 12월 국민체육 진흥법 개정에 따라 민간에서 선출하게 되었다. 그동안 지방 체육계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체육계에 고질적인 갈등이 원인이 되어왔다. 선진 체육 체제를 지향하기 위해서 정치적 영향을 완전 배제하여 순수 스포츠인들에게 스포츠 정책을 책임지게 한다는 취지에 따라 내년 1월 15일까지 체육인들에 의해 민간 체육회장을 선출하게 되었다.

체육인들로서는 매우 반가운 일로서 스포츠 정신에 입각하여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가 이제 한 달여 남짓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대한 가이드 라인도 없이 깜깜이 선거로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간접 선거로 치러지게 되는 이번 선거는 대의원 배정이라는 중요 변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수 있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모양새라면 공정 선거 시비에 휘말릴 수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여타 광역시도와 같이 시·읍·면·동장들에게도 선거인 자격부여를 고려한다고 한다. 이 안은 입법정신과도 배척되는 발상으로서 당치도 않다. 정치적 영향을 받을 소지가 다분한 다수의 행정 공무원들에게 대의원 권을 주어 민간 체육회장 선거의 당락을 좌우케 한다면 속보이는 부끄러운 안이라고 지적 받기에 충분하다. 만약 이런 구조로 선거가 진행된다면 짬짬이 선거라는 비난과 함께 최초 민간 체육회장 선거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제주도의 경우 기초 단체가 없어서 행정적, 재정적 독립성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2개의 행정시장을 도지사가 임명하고 있다. 임시직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는 행정시장들과 정규직 공무원들인 읍·면·동장들을 큰 역할도 없는 체육회 선거의 대의원으로 선정한다면 과연 공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향후 체육회 운영과 관련해서도 이들의 역할은 아주 미미한 수준일 수밖에 없기에 배제됨이 타당하다. 무엇보다도 공무원들의 참여 자체가 입법정신에 맞지 않다. 따라서 제주 특별자치도라는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여 대의원 구성을 가맹경기 단체와 생활체육 동호회, 학교체육대표 그리고 체육학계에서 적절하게 안배된다면 좋을듯하다. 그리고 그동안 제주체육 발전에 있어서 체육학계의 역할이 결코 미미하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중요한 선거의 선거인단 구성에서와 대의원 구성에서도 배제된듯하여 무척 아쉽다. 또한 이번 선거를 어떤 기관에서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설마 제주도나 체육회 직원들에 의해서 주관되고 있다면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잘못된 길을 끝까지 가려는 우를 범하기보다 지금부터 라도 새롭게 공정하게 오해가 없이 시작함이 백번 옳다.

끝으로 초대 민선 체육회장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은 현 체제를 완전히 바꾸고 선진 스포츠 체제를 만들어 내며 큰 비전을 세우고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었으면 한다. 비전도 없고 안일하게 현 체제대로 유지하면 된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제발 제주체육의 미래를 위해서도 체육회장 선거에 나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구철 제주국제대학교 명예교수>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62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