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감귤 낮은 당도에 소비자 외면… 신뢰 회복 절실

제주감귤 낮은 당도에 소비자 외면… 신뢰 회복 절실
[르포/ 감귤가격 비상… 서울 가락동시장을 가다]
잇단 태풍·장마로 품질 저하… 당국 대처는 미흡
반토막난 가격으로 경매 불구 물량 처리 어려워
  • 입력 : 2019. 12.20(금)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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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가격 때문에 난리네요." "올해 감귤은 많이 어려울 것 같아요."

19일 새벽 2시 서울 가락동시장 (주)서울청과에서 경매 준비를 하던 경매사들과 중도매인들은 올해 제주 감귤에 대해 이같이 우려를 내비쳤다. 최근 제주 감귤이 작년에 비해 반토막난 가격으로 경매가 이뤄지고 있기에 감귤에 가격을 매기는 이들의 마음도 무겁기만 한 모습이었다.

새벽 2시50분쯤 본격 경매 시작. 감귤의 경매가가 뜨는 경매대 화면에는 소과의 경우 5㎏당 3500~ 4000원에 거래되는 감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드물게 1만원에 거래되는 타이벡 감귤 한 두 건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낮은 가격대였다. 전날 5㎏당 평균 가격은 5300원. 가락시장 관계자는 "오늘도 비슷할 것"이라며 "더 내려갈데도 없다"고 말했다.

▶태풍·장마 영향 받은 극조생 소비자 외면=제주 감귤은 올해 잦은 태풍과 장마 탓에 품질 저하 우려가 제기됐다. 가락시장 관계자들은 올해 감귤 가격이 반토막 수준인 이유로 극조생 감귤의 품질 저하 문제를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제주출신 고태호 (주)서울청과 경매사는 "제주 감귤은 10월에 나온 극조생의 경우 8브릭스 이상이면 출하하는데 당도가 너무 낮다. 다른 과일들은 당도가 10브릭스 이상으로 좋았다. 여기에 경기 침체도 한 몫한 것 같다. 감귤 뿐 아니라 다른 과일들도 전년 대비 20~30% 가격이 하락하는 등 소비 부진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수 (주)서울청과 대리는 "극조생이 단맛도 덜했고, 품위(외관)도 전년도에 훨씬 못미쳤다. 상품으로 나오는 감귤의 겉면에도 점박이가 있다. 첫 감귤을 접한 소비자들이 실망하면서 11월말부터 당도가 높아진 감귤이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재구매 하지 않는다. 신뢰를 잃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반등 위한 대책 없나=제주도와 제주감귤연합회 등은 감귤 가격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제주도는 1월말까지 감귤 수급 조절 및 시장격리사업을 추진한다. 당장 2L(가로 길이 67~70㎜)과 2S(가로길이 49~54mm) 이하 소과에 대한 출하조치를 이날부터 시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대책이 마련된 뒤 시행 첫날이지만 이날 현장에는 2L과 소과 상품이 많이 보였다.

이에 대해 경매사들은 출하제한 조치가 가격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일부 시장 반응이 좋은 상품을 생산한 농가들의 경우 감귤 출하 통제가 유효할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또 가격 회복 효과를 보려면 반입물량을 극단적으로 반 정도는 줄여야 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반짝 가격이 오르면 일부가 출하 욕심을 내는 경우 통제가 어렵다는 점도 언급했다.

▶태풍·장마로 상품 질 예상됐건만… 뒤늦은 대책=감귤 가격 회복을 위해 제주감귤연합회는 20일부터 전국 주요 대형마트에서 판촉행사를 펼친다. 그러나 전체 소비자들이 아닌 일부 지역, 일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판촉의 노력 대비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한수 대리는 "출하 조절도 뒤늦은 감이 있다. 초반에 흐름이 안좋으면 회복이 잘 되지 않는다. 초반 대응이 중요하다"라며 "아직 수확 전인 곳은 선별에 신경 써서 잘 익은 것, 좋은 것만 시장에 내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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