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의 편집국에서] 아듀! 2019, 참 우울한 송구영신

[김기현의 편집국에서] 아듀! 2019, 참 우울한 송구영신
  • 입력 : 2019. 12.27(금) 00:00
  • 김기현 기자 g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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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 한 해가 나흘이면 끝이다. 희망과 기대로 출발했던 제주의 올 한 해는 '총체적 위기'라 하기에 충분하다.

본보가 2020년 슬로건으로 '다시뛰는 제주, 함께하는 제주'로 정한 이유도 제주 위기의 현 모습을 진단하고, 도민 모두의 노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자는 절박한 현실 인식 때문이다.

제주의 위기는 분명 급강하하는 실물경제에서 오고 있다.

올해들어 감귤 마늘 광어 등 각종 농수산물 가격하락의 광풍은 언제까지 휘몰아칠지 예측하기 어렵고, 건설·부동산경기 침체에다 소비침체로 인한 관련업계의 비명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제주의 생명산업이라 불리는 감귤가격의 하락세는 충격적이다. 12월들어 도매시장 감귤 평균 경락가격은 614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040원)에 비해 24% 하락했고, 2017년 12월(8772원)과는 무려 30%나 떨어졌다. 언제 상승세로 이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농민들은 우울한 겨울일 수밖에 없다.

최대 일반작물인 마늘 역시 충격적 가격 하락세다. 2019년산 가격 하락에다 처리난을 겪은데 이어 2020년산은 더 큰 폭의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농협의 계약단가가 ㎏당 2500원으로 농가 요구 계약단가 3200원보다 크게 낮아졌는가 하면 계약물량도 농가생산 예상량에 한참을 밑도는 수준에서만 받는 실정이다.

부동산 경기도 거래 침체, 미분양 속출, 집값 하락세로 어렵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0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 의한 제주지역의 주택매매가격 상승률(1~11월)은 전년 0.82%에서 올해 -2.30%로 반전, 본격 하락세를 맞았다는 평가다. 특히 제주미분양 주택이 현재 1000호를 넘는 것으로 파악돼 인구유입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과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한 시장 악화가 지속될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제주관광은 어떤가. 중국 사드국면 장기화 여파로 제주관광이 보따리상인 따이공 중심으로 왜곡됐는가 하면 올해 '노 재팬' 영향으로 일본시장 마저 주춤하고, 주 대상인 내국인 관광객의 회복 또한 더디게 이어지고 있다.

제주경제의 위기는 공식 통계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18년 지역소득'을 보면 2018년 제주의 실질 GRDP는 18조8221억 원으로 전년(19조1447억원) 대비 1.7% 감소했다. 제주는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경북과 함께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고 제주 GRDP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2017년의 경우 4.9%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내년 이맘때 내놓을 '2019년 지역소득'에 반전 가능성도 희박하다.

여기에다 지역사회는 제2공항 건설로 인한 찬·반 갈등이 접점은 커녕 날로 확산되면서 심한 내홍을 앓고 있다.

사실 제주의 위기 원인은 국내외 경제상황에도 맞닿아 있지만 제주 구성원 모두가 시대변화에 대한 준비 부족과 사후 대처 부족 등도 큰 몫을 한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생산자인 농민의 자구노력, 농업협동조합의 혁신, 행정의 의지 등 '삼박자'가 치열하게 맞춰져야 한다.

“제주사회가 농가·상인·청년·서민에 대한 정책이 없다면 공멸할 수 있다”는 김태석 도의회의장의 외침이 그 어느때보다 크게 들리는 세밑이다. <김기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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