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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내 버텨 증언자 거듭난 '4·3피해자들'
30일 '4·3피해자 회복탄력성 연구 보고서' 발간
일본 밀항부터 자원입대까지 생존방법도 '다양'
민주화운동 이후 4·3의 진실 밝히는 역할 수행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19. 12.30. 15: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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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의 광풍이 몰아치던 1948년 12월 7일 제주시 이호동에 살던 김모(82·당시 11세)씨는 토벌대에 의해 가족 8명 가운데 자신과 어머니, 막내 여동생만 생존하는 비극을 맞았다. 이후 김씨는 제주상업고등학교까지 진학했지만, 어머니 혼자 생계를 꾸려야하는 가정형편 때문에 결국 학업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조·보리농사로 생계를 이어갔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는 가정형편을 타개하기 위해 김씨는 일본 오사카로 밀항을 감행했다. 25년간 궃은 일을 겪으며 돈을 모은 김씨는 1992년 일본에서 돌아와 그동안의 상처를 묻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제주시 화북동에서 제주농업중학교에 다니던 부모(90)씨도 4·3을 피해가지 못했다. 1948년 10월 30일 무장한 군인이 집으로 찾아와 친형을 살해하고, 자신도 같은해 12월 영문도 모른채 인천소년형무소로 끌려가 1년 동안 옥살이를 한 것이다.

 수형생활을 마친 부씨가 4·3을 극복한 방법은 '자원 입대'였다. 연좌제는 물론 전과자라는 '빨갱이 딱지'를 떼기 위해서는 군대 밖에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대한 이후에는 제주도보훈처와 교육청 등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부씨는 "사상이 깨끗하다고 증명하고 싶었다. 제대한 직후인 23세에는 나 혼자만 본적을 바꾸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역마다 나를 쫓는 담당 형사들이 있다는 부담감에 40대 중후반에는 공직생활도 그만뒀다"고 말했다.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는 30일 '4·3피해자 회복탄력성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연구는 (사)제주민주화운동사료연구소에서 수행한 것으로, 4·3피해자들이 어떻게 삶을 회복시키고 유지해나갔는지 추적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회복탄력성은 외부의 힘에 의해 변형된 물체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성질을 말한다.

 4·3 직후의 회복은 '개인적 노력'으로만 진행됐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에서 명예회복은 꿈도 꾸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으로 밀항하거나, 군 입대, 결혼, 친척의 도움 등으로 악착 같이 삶을 버텨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1987년 민주화운동을 기점으로 이들이 피해자에서 '증언자'로 거듭나게 만들었으며, 결과적으로 특별법 제정 및 진상조사보고서 확정 등 제주4·3의 진실을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책임자인 김종민 전 국무총리 소속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은 "정치·사회 분위기가 민주화되면서 4·3에 대한 공동체의식과 제도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를 통해 4·3피해자의 회복탄력성도 향상됐다"며 "앞으로도 4·3이해의 세대전승을 위한 장기적인 교육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4·3의 현안과제인 군법회의 무효화, 배상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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