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된 ‘제주’] 제주어·마을지명 ‘브랜드 네임’으로

[브랜드가 된 ‘제주’] 제주어·마을지명 ‘브랜드 네임’으로
  • 입력 : 2020. 01.01(수)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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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깨수깡(롯데칠성음료)·제이바이(현대홈쇼핑)

‘제주’ 상표권 심의 총 3만여건
‘올레’ ‘할망’ ‘어멍’ 활용 다수
‘식개집’ ‘안트레’도 상표 등록
중소기업브랜드 ‘제주마씸’ 선두
도내 기업 아닌 대기업서도 활용
패션 ‘애월’·음료 ‘깨수광’ 등 다양
브랜드 가치 변화 관심 기울일 때

젊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제주의 맛집과 카페, '한달살기'와 같은 제주 이주열풍. 제주의 전통 가옥에 꾸민 카페가 각광을 받고, 올레길의 가치가 재조명된 지 오래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 제주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있는 그대로의 제주', '제주 원래의 것'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제주'를 내건 브랜드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제는 원산지로서의 '제주'에 머물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제주하면 떠올리는 마을 이름이 패션 브랜드 상품명에 차용되거나, 발음과 표현이 재밌는 제주 어가 그대로 상품명이 되기도 한다. 제주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 상표 3만건… 사용에도 변화가 감지=특허청이 제공하는 KIPRIS(특허정보검색서비스)를 보면, '제주'라는 이름으로 상표권 심의를 받은 건수는 총 3만여 건에 이른다. 등록된 현황을 보면 '제주삼다수'와 같이 제주와 연관된 상품이나, 제주 특산물 등 제주를 원산지로 하거나 제주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나 관광업종 등에서 '제주'를 사용한 예가 상당수다.

제주어를 활용한 상품명도 많다. 상표권 심의를 요청한 건수를 보면, 상표명에 '어멍'이 들어간 경우가 60건, '할망'은 95건, '올레' 193건, 많은 건수는 아니지만 '식개집', '안트레'라는 상표명도 등록돼 있다. 이런 상표명 이외에도 도내에서는 많은 상업시설 간판에 제주어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제주지역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제주마씸'은 그 선두 주자 중 하나다. 2004년 제주도는 일찌감치 특허청에 '제주마씸'을 등록했다. '제주마씸'은 도내에서 생산되는 제품 중에 원료, 품질, 위생 등에 있어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제품'으로 선정된 기업에 주어지는 브랜드다. 브랜드의 명칭을 짓는 '네이밍'의 기본은 부르기 쉽고 소비자의 머릿속에 쉽게 각인될 수 있게 하며,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을 잘 나타나게 하는 게 핵심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마씸'을 소개하며 "브랜드는 21세기를 관통하는 화두 중의 하나다. 브랜드 이미지가 기업과 사회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와 있다"며 "제주특산품의 우수성은 이미 정평이 나있지만, 브랜드의 취약성 때문에 대외시장 진입을 위한 마케팅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곧 도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 홈쇼핑 패션상품에 등장한 '애월', 숙취해소 음료 '깨수깡'=최근에는 새로운 변화도 감지된다. 제주 소재 기업이 아닌 대기업의 상표에 제주 지명, 제주어가 쓰인다.

모 TV홈쇼핑의 패션 상품에는 브랜드 명에 '애월'을 덧붙였고, 롯데칠성음료은'깨수깡'이라는 숙취해소음료를 출시했다. 제주산임을 강조하기 위해 상품명에 '제주'를 붙이는 것과는 달리 제주어나 마을 이름을 상품명으로 쓰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깨수깡'은 롯데칠성음료가 7가지 제주산 원료로 만들어 출시한 숙취해소음료다. 깨수깡은 '술 깨셨습니까'의 제주 방언인 '술 깨수꽈'에서 착안한 재미있는 작명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제주산 원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제주어를 활용해 네이밍한 것을 넘어 제주어가 갖는 재미에 주목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낯설 수는 있지만 빨리 발음하면 귀엽고 재밌는 네이밍이라고 평가했다. 제주사람이 아니라면 이해를 못할 수 있으니 이 부분은 나름대로 패키지에 표시를 해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가 생산하는 음료들의 경우 상당수가 외래어다. 밀키O, 핫식O, 칸타O, 데일리O, 아이시O, 레쓰O 등이다. 이처럼 한글 상품명도 흔치 않은 상황에서 '깨수깡'처럼 지역어를 상품명으로 활용된 점은 제주어가 갖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모 홈쇼핑이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든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의 지난 봄 출시상품명에는 '애월'이 등장한다. 시즌별로 도시를 하나씩 엮어서 상품을 기획했는데, 제주를 컨셉으로 만든 상품에 '애월'을 표기했다. 애월읍은 최근 몇 년 사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필수 여행지로 꼽히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소셜 빅데이터 활용 국내여행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에서의 국내여행 관련 키워드 언급량 분석결과 최근 1년간 '제주'의 언급량은 153만6977건에 달해 국내 여행지 가운데 가장 높았다.

또 국내 전체 여행명소 언급량 순위에서는 부산 '해운대'에 이어 '월정리'와 '애월'이 각각 2, 3위를 차지해 '애월'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패션 브랜드가 지명을 상품명으로 활용할 때 '애월' 처럼 국내 지명을 활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제주산 원료나 제주 생산은 아니지만 제주의 특정 지명이 갖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 매긴 것으로 보인다.

해당 홈쇼핑 관계자는 "애월의 자연경관과 같은 감각을 담았다는 의미로 상품명을 지었다. 제품의 컨셉과 애월이 자연경관이 맞아떨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제주어 많이 사용될 수록 관심 높아져=제주도는 2010년도부터 도 차원에서 제주어 보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제주어 드라마, 뉴스도 제작한다. 제주 붐이 일어나면서 그에 따라 제주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도 관계자는 밝혔다.

도 제주어 보전 담당부서 관계자는 "제주어, 제주지명이 상품명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매우 좋은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상업적으로 제주어가 쓰이는 등 노출이 많이 될수록 아무래도 제주어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자주 사용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주의 브랜드가 높아지니 모든 문화도 격이 높아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브랜드 네임은 가치 또는 자산을 가지고 있으며, 기업의 자산과 마찬가지로 브랜드 네임의 가치 또한 관리해야 한다('디자인기획과전략'·김문기). 이제는 제주가 갖고 있는 브랜드 가치에 주목하고 그 가치를 관리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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