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청 비자림로 확장공사 수정 권고… 제주도 딜레마

환경청 비자림로 확장공사 수정 권고… 제주도 딜레마
영산강유역환경청 "도로 폭 축소 방안 우선 검토해야"
道, "2구간 중앙분리대 폭 최소화하면 삼나무림 훼손"

  • 입력 : 2020. 01.10(금) 13:50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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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유역환경청이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구간 중 2구간의 차로 폭을 축소하는 등 제주도가 구상한 도로 설계를 수정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환경청 권고를 따르려면 삼나무를 계획보다 더 많이 벌채해야 한다며 난감해했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1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지난 3일 제주도에 제출한 '비자림로(2구간) 환경저감대책 검토의견'을 공개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검토 의견에서 "비자림로 2구간의 도로 폭을 27m로 설계하면 로드킬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면서 "도로폭 축소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제주도가 계획한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구간은 제주시 구좌읍 대천교차로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4㎞다. 제주도는 도로 확·포장 공사를 1구간(대천동사거리~제2대천교, 0.9㎞), 2구간(제2대천교~세미교차로, 1.35㎞), 3구간(세미교차로~금백조로 입구 삼거리, 0.69㎞)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중 영산강유역환경청이 문제 삼은 2구간은 전체 도로 유효 폭이 27m로 계획돼있다.

 2구간 공사는 왕복 4차로(차로 1개당 폭 3.5m)에 폭 8m짜리 중앙분리대, 폭 2m짜리 길 어깨(위급한 차량이 지나가거나 고장 난 차량을 임시로 세워 놓기 위한 도로)를 조성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제주도의 설계대로 도로 유효폭을 27m로 설정하면 야생동물이 도로를 건너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차량과 야생동물이 충돌할 위험이 높아진다며 차량 최고 속도를 시속 60㎞ 미만으로 제한하는 한편, 차로 1개 당 폭은 3.5m에서 3m로 축소하라고 했다.

또 이렇게 차량 속도를 제한하면 중앙분리대는 아예 없어도 된다며 분리대 폭도 최소화하라고 권고했다. 더 나아가 팔색조(법정보호종), 붓순나무, 팽나무의 서식 환경을 고려해 2구간 중점 교차로 연결 부분에 대해선 확·포장 계획을 취소하는 등 전면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환경청 권고를 받아든 제주도는 고민에 빠졌다.

제주도는 제주시에서 구좌읍 송당리 방면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조성된 산나무림을 베지 않고 그대로 중앙분리대로 활용하기 위해 분리대 폭을 비교적 넓게 설계한 것인데, 폭을 최소화하면 삼나무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환경청도 2구간 중앙분리대 삼나무를 제거하거나 다른 수종을 심는 방법으로 폭을 최소화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중앙분리대 폭을 최소화하라는 것은 분리대로 활용할 삼나무림을 없애라는 얘기"라면서 "전문기관과 함께 환경청의 권고 내용을 다시 검토해봐야 겠지만 말 그대로 권고이기 때문에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한편 242억원이 투입되는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는 제주 동부지역과 제주시 사이 원활한 교통과 물류 수송, 겨울철 결빙 해소 등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8년 6월 시작됐지만 삼나무 훼손 논란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논란에 휩싸이면서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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