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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와 문학] (38) 김윤숙 시조 ‘가시낭꽃 바다’
“토해보지 못한 내 가슴의 마그마여”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1.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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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겨울바다. 김윤숙 시인의 시집 '가시낭꽃 바다'엔 꽃과 바다가 서로 스며들며 한 편의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꽃들의 이름마다 스민 바다
바다만큼 키 낮추는 생존법
속수무책 열병도 품는 그곳


그가 키우는 꽃엔 바다가 있다. 바다가 있어 피고지는 꽃에 살림살이를 맡겼던 하루하루를 건너왔다. 그의 시편에 꽃들의 존재가 한 번씩 등장할 때마다 일렁이는 파도소리가 밀려든다. 제주 김윤숙 시조시인의 첫 시집 '가시낭꽃 바다'(2007)를 펴들며 그런 풍경이 그려졌다.

'여태껏 못 떠났나 제주항 저 방파제/ 금채기 해녀들을 다 가둔 바다가/ 산지천 거슬러 와서/ 등대로 핀 쇠별꽃.// 애당초 그 불빛들은 승선하지 않았다/ 사라봉에서 별도봉으로 바닷길만 감아 돌던/ 잘 가라 허기진 청춘/ 다시 못 올 이 세상을.'('옛 등대로 오다'에서)

제주섬을 벗어나고 싶었던 시적 화자는 그런 마음이 커져갈 때면 제주항으로 걸음을 옮겼으리라. 별모양을 닮은 쇠별꽃에 저 높이 오르고 싶었던 젊은 날의 꿈이 비쳐든다. 바다에서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애써 '허기진 청춘'에 이별을 고한다. 당장 오늘 '장미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일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장미' 연작 등에 한때 꽃 농장을 운영했던 시인의 이력이 겹쳐 읽힌다. 그곳에서 장미의 전쟁이 펼쳐졌다. 7월 땡볕 아래 비닐하우스에서 붉은 장미를 꺾어내지만 가격 폭락에 적자만 쌓여간다. 장미는 돋힌 가시로 마지막 자존심을 보여주나 사람은 그러질 못한다. 꽃송이가 앉을 자리에 버짐과 곰팡이가 피어나는 장면에 고단한 우리네 삶의 표정이 있다.

그래서 '섬만 잠시 떠나도 바다에 또 끌리는'('구룡포에 들다') 화자는 바다로 간다. 바다는 생존법을 알려준다. 우리는 이미 제주섬에서 벌어진 참사를 통해 해안가에서 살아남으려면 바다만큼 키를 낮춰야 한다('우도 쑥부쟁이')는 걸 배웠다. 바다는 속세의 온갖 욕망들을 나무라지 않고 품어준다. 시인은 '장미농장 돌아와 고해 성사하는 바다'('마라도 행')란 시구를 통해 바다를 완전한 존재로 묘사했다.

바다는 열망의 다른 말도 된다. 여기, 한 여인이 있다. '가시낭꽃 바다'에 나오는 '오의사 각시'다. 가시낭꽃은 제주 야산에 피는 찔레꽃을 일컫는다. '이호엔 몽유병으로 떠도는 바다가 있다/ 벼랑 끝 파도소리 손재봉틀 돌릴 때/ 밤새껏 부서진 자리 가시나무 꽃 피었다'로 시작되는 이 시에서 오의사 각시는 '진맥 한 번 받았을 뿐'인데 속수무책 더 큰 열병을 앓는다. '저 혼자 겸상 차렸다 황급히 물려 갈 뿐'에 이르면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여인을 딱하다고 해야 할까. 화자는 '한 번도 못 토해본 내 가슴의 마그마여'라고 읊으며 그 뜨거운 사랑을 지지한다.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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