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버팀의 내공으로

[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버팀의 내공으로
  • 입력 : 2020. 02.19(수)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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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경자년(庚子年)이다. 다산과 풍요, 영민과 근면의 좋은 기운이 깃든 흰쥐의 해라고 한다. 경자라는 이름 탓에 나는 해가 바뀌면서 이웃들의 격려와 놀림을 한껏 받았다. 경자년이 왔는데 경자가 못할게 무엇이냐며 기업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있는 이웃들이 짓궂은 덕담을 건넸던 것이다. 그리 놀려도 되냐고 계면쩍은 웃음으로 투덜거렸지만, 내 가슴엔 소소한 기대감이 생겨났다. 그들을 향한 감사의 물결이 일렁거렸다.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진지 꽤 되었다. 한동안 유례없던 건설호경기와 이주열풍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던 제주의 경우는 상황이 더 어려운 듯하다. 미분양주택 누적과 건설경기침체는 이미 장기화의 길에 들어섰고 한동안 괜찮던 감귤가격의 하락과 양식어종의 판매 부진은 제주지역 경기불황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생각지 못한 코로나19의 발생과 빠른 확산으로 사망자가 늘면서 사람들이 이동을 기피하는 실정이다. 나라마다 항공편을 줄이고 뱃길을 차단하고 바이러스 예방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조기에 해결될 조짐은 없어 보인다. 보건방역에 이어 나라의 경제도 비상시국에 돌입했다.

관광업종이 상당한 제주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최대의 복병을 만났다. 인위적으로 고통의 시한을 한정하거나 완전한 해결책을 빠르게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현상의 범위나 강도에 있어 과거와는 그 농도가 확연히 달라 제주도 역시 지역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범도민 위기극복 협의체를 구성해 가동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어떻게 이 국면을 타개해 나가야 하는가. 언제쯤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직원의 생계까지 책임지고 있는 나로서는 밤새 뒤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희망의 풀씨 하나가 날아들었다. 뉴스를 타고 전해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그 소식은 영화인도 아닌 내게 가뭄의 단비처럼 시원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는 봄기운 머금은 삼월의 대지처럼 무언가가 봉글거리며 솟아났다.

봉준호 감독은 제92회 오스카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세계 '톱'스타로 부각되었다. 향후 그는 어머어마한 관객 수를 확보할 것이며 짐작도 못할 만큼의 수익도 올릴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경이로운 결과들보다도 나는 국가의 품격을 세우고 국민 모두의 자존감을 높여준 당대 불가사의한 경사에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오래전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축구의 박지성이, 골프의 박세리가 그래왔던 것처럼, 봉준호 감독은 우리가 부딪친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 모두가 진정한 일상을 찾고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하는데 희망의 풀씨가 되어준 것이다.

살다보면 어려운 상황도, 용이한 상황도 있다. 고통스런 시간도 즐겁고 행복한 시절도 만난다. 그러나 연초부터 무척 어렵기만 한 한해다. 하지만 올해는 쥐 중에서도 최고 우두머리인 하얀 쥐의 해이다. 흔들리지 않는 버팀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나는 이름자를 빌어 경자년에 시국의 무사안녕과 이웃들의 강건함을 기원하련다. 버팀의 내공으로 이 또한 무사히 견뎌내기를. <허경자 (주)대경엔지니어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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