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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유년기 몸의 기억이 질병을 터뜨린다면
도나 잭슨 나카자와의 ‘멍든 아동기…’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2.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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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기 부정적 경험 연구
역경 넘은 치유 과정까지


당신의 18세 생일 이전에 부모나 가정 내의 다른 성인이 자주 또는 매우 자주 당신에게 욕을 하거나 폄하했는가. 당신을 밀치거나 손바닥으로 때리거나 물건을 던졌는가. 당신보다 적어도 5세 이상 나이가 많은 사람이 한 번이라도 성적으로 당신의 몸을 만지거나 자신의 몸을 만지라고 시킨 적이 있는가…. 이 물음에 '네'라고 답한 문항의 수가 많다면 이 책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과학저널리스트인 도나 잭슨 나카자와가 쓴 '멍든 아동기, 평생건강을 결정한다'이다.

표제 그대로 아동기의 경험들이 성인기에까지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이 책은 1990년대에 미국의 두 의사인 빈센트 펠리티와 로버트 앤다에 의해 시작된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 연구(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Study, ACE 스터디)에 기반하고 있다. 언어적 폄훼와 모욕, 정서적·신체적 방임과 학대, 함께사는 어머니나 아버지의 정신질환이나 물질 중독 등 아동기 트라우마를 포함한 열 가지 유형의 역경을 지표로 삼아 13명의 삶을 좇았다.

여기서 말하는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은 회복탄력성을 길러주는 어린 시절의 불가피한 작은 난관들과 혼동해선 안된다. 부모가 버럭 화를 냈다가 아이에게 사과하거나 아이가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법을 배우는 순간들은 행복한 아동기에도 많이 나타난다.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은 이와 달리 두렵고 만성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스트레스 인자다. 그것들이 성인기에 질환을 앓게 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저자는 ACE 연구가 인간의 삶을 더 잘 이해하는 렌즈를 제공한다고 봤다. 우리가 어째서 고통에 시달리는지, 자녀를 어떻게 보살피고 양육하고 멘토링해야 하는지, 우리의 의료 체계에서 질병을 더 잘 예방하고 치료하고 관리할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에 노출된 뒤 치유의 과정을 적극 수용하면 사람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어렵사리 얻은 삶의 지혜라는 선물을 인생의 모든 장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인생 최악의 경험들은 삶의 작은 즐거움들을 만끽하는 능력을 높여줌으로써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측면 또한 지니는 건지도 모른다"고 했다. 박다솜 옮김. 모멘토. 1만9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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