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의 문화광장] 소울리스(Soulless)한 제주 도시재생을 위한 단서

[양건의 문화광장] 소울리스(Soulless)한 제주 도시재생을 위한 단서
  • 입력 : 2020. 02.25(화) 00:00
  • 강민성 수습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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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는 2017년을 제주도시재생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오래된 미래 : 모관'의 타이틀로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청은 전국에서도 선도적으로 도시재생과를 신설하고, 외부조직으로 '도시재생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행정조직을 강화함으로써 제주가 도시재생의 성지가 될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공개된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의 마중물 사업은 상호간의 유기적 관계를 이루지 못하는 병렬식 사업계획으로서, 전문가들로 부터도 궁극적 목표에 수렴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사업계획이 지역주민과 소통의 전제 없이 진행되어 사업진척도 쉽지 않았다. 이것은 도시재생 전략수립에 있어 주민의 자주적 삶을 담보하는 '지속가능성'을 간과하면 실패한다는 큰 교훈을 줬다.

이러한 사례로서 마중물 사업의 여러 제안 중에서도 주목할 사업은 '관덕정 광장 활성화 계획'이다. 이는 원도정의 도시재생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제주시 역사문화의 중심공간으로서 관덕정 광장과 그에 연계된 옛길을 드러냄으로써 무근성을 비롯한 원도심지역의 활성화는 물론 제주시의 도시정체성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제안이다. 즉 역사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을 철학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의 핵심가치인 지역주민의 정체성과 커뮤니티를 끌어내기 위한 각론적 전략은 부족했다. 그 결과 지역자산의 조사가 부족하고 지역주민과의 소통이 부재한 계획으로 폄하되고 만다. 결국 마중물 사업의 완성년도인 2020년, 관덕정 광장 활성화 계획은 도로포장 정비 수준의 실시 계획으로 축소되어 원대했던 목표가 민망할 지경에 이르렀다.

제주도시재생의 아쉬움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의한 소지역 단위의 활성화 계획 사업에서도 나타난다. 이미 2017년 제주시 신산머루지구와 서귀포시 월평지구, 2018년 제주시 남성마을지구와 서귀포시 대정지구, 2019년 제주시 건입동 지구 등이 도시재생뉴딜 사업에 선정되어 도시재생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활성화 계획 수립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 지역주민의 참여가 수동적이고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지역의 정체성과 커뮤니티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없이 지역마다의 특성이나 차별화가 없는 소울리스한 사업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의 도시재생이 이렇듯 현실과 괴리되거나 영혼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도시재생의 컨트롤 타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제주의 도시재생에 대한 철학을 세우고 펼쳐나갈 행정조직이 미비하고, 외부조직인 도시재생 지원센터도 기획업무보다는 사업시행을 위한 역할에 한정되어 있는 안타까움이 있다. 또한 입찰에 의해 사업에 선정된 일부 도시재생 전문가들 역시 도시재생의 개념과 목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물적 욕망에 매몰되어 영혼을 잃어가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제주의 도시재생, 환골탈태의 심경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영혼 충만한 전문가를 지역주민과 연계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아마도 우리는 그 해답을 원도심 한 초등학교의 작은 도서관 프로젝트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양건 건축학 박사·가우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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