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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사회와 수눔 문화
강민성 수습 기자 kms6510@ihalla.com
입력 : 2020. 0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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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지난날 '수눔 문화'가 있었다. 청정 제주는 풍광만큼이나 사람의 성정이 착하고 지혜로웠다. 우리 조상들은 절해고도의 척박한 땅에서 힘든 시대, 탐관들의 수탈, 외부세력과 왜구들의 침탈을 겪으면서도 서로 '품앗이'하면서 그 어려운 시대를 견뎌냈다. 1차산업이 주류라 이웃의 삶이 다 고만고만했으니, 사는 게 다 그러려니 하고 부족함 많은 세상을 불만 없이 살았다. 요행을 바라지도 아니했고, 어쩌다 좋은 일을 만나면 '사망일었다'고 반겼다. 모두가 행복했을 것이다. 우리는 다 '궨당'이었다. '하르바지, 할마님광 손지덜'로, '삼춘광 조케'로, '성광 아시'로 서로 '수눌어 가멍' 함께 제주를 자랑스럽게 지켰다.

언어는 인간의 생활과 함께 변화하며 시대를 반영한다. 남귤북지(南橘北枳), 강남에서의 귤이 강북에 옮겨지면 탱자가 되어버린다는 뜻이다. 사람은 사는 곳의 환경에 따라 착하게도 되고 악하게도 됨을 가리킨다. 사람이 환경에 따라 변하듯, 제주사회를 지탱해주었던 '품앗이'도 시대에 따라 변했던 적이 있다. 농사를 비롯해 좋은 일, 궂은일에 일품을 공유하고 입고 먹고 사는 일에 상부상조할 때는 착한 '수눔'이었다. 이랬던 '품앗이'가 그 어느 광포(狂暴)의 시대에는, 비난과 비방, 고발, 해악의 교환 등으로 점철된 악한 '포마시'가 되었다. 무서운 세상에는 무서운 말이 자리한다.

요즘 나라 안에는 '곡학아세'가 판치고 '혹세무민'이 위세를 부리고 있다. 학식을 갖춘 자들이 제 나름의 이론으로 시대를 뒤틀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며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옳고 어느 편이 그른지, 무엇이 사실이고 어느 게 거짓인지 바른 판단을 얻기가 어렵다. 저들은 난세를 수습하기는커녕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 상대의 잘못을 부풀려 선동하거나 자신들의 허물을 호도한다. 그러면서 국리민복과 국가의 미래, 국민의 소리와 요구를 감히 입에 담는다. 국가와 국민을 의식하고는 있는지, 그 국민은 뭘로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세태를 보며 불편하고 불쾌하고 걱정스럽다.

우리 제주에서는 엣날의 '수눔 문화'를 되찾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개인의 의견이 존중되고 다양한 주장이 대립되지만 건전한 해결이 있는 게 민주사회다. 자치단체의 정책에 대한 이견(異見), 개발과 환경보호 단체의 주장, 사업 분야에서 전문가들과 이해 당사자의 의견, 특정 여론이나 진영에 좌우되는 조직의 운영 등, 난마처럼 얽혀있는 문제들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다른 주장끼리는 비난과 지적은 물론 수용과 대안도 함께해 해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문제의 해결은 시위보다 원칙과 법률에 의지하고, 실력행사보다 대의기구나 행정기관을 통하는 사례가 선호되었으면 좋겠다. 제주에서만이라도 도민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인정(人情) 있는 품앗이'를 나누는 풍토가 일었으면 좋겠다.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신뢰하며 협력하는 '수눔 문화'의 제주사회를 정말이지 보고 싶다. <이종실 사단법인 제주어보전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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