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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산·바다 흔든 바람 딛고 어울림의 풍경
김병택 시인 세 번째 시집 '떠도는 바람'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3.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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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에 바람을 붙잡았다. 그것은 얼굴을 부비고 옷자락에 살랑이는 바람만 일컫지 않는다. 시인은 비유적·심리적 바람까지 포괄하고 있다고 했다.

문학평론가로 제주대를 퇴임한 이후 2016년 1월 '심상'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새로이 문단에 발을 디딘 김병택 시인이다. 그가 '떠도는 바람'이란 표제로 세 번째 시집을 묶었다. 시인이 평소 거니는 한라수목원에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까지 닿으며 현실과 그 너머의 세계를 껴안고 바람을 노래하고 있다.

시집은 '아버지를 태운 낡은 어선이 바다 한가운데로/ 미끄러지듯 나아갈 때마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손을 흔든 뒤/ 먼 바다 쪽으로 길고 긴 소망의 줄을 던졌다'는 구절이 들어있는 '바다 앞의 집'으로 열린다. 바람에 따라 넘실대는 파도가 눈에 들어오는 유년의 풍경을 그려낸 시인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여러 얼굴을 지닌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인은 '기상예보 없어도, 내일의 강우량을 예상하는 일'('아침산행')이 어렵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모두 밝히지 못한 그 시절의 일들을 마루 시렁에 놓아둘 수 밖에'('마음속의 반란') 없었던 나날이 있었다. '4·3 때 돌아가신 큰아버지를 언급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켜온 우리 집안의 금기였다'는 '강신 이전'에서 그 연유가 짐작된다. 시인은 끝내 '젊은 시절은 내내 겨울이었다'('젊은 시절, 겨울')고 고백한다.

제주섬에 수시로 불어대는 바람은 때때로 산과 바다를 흔들어놓았지만 그것들은 한편으로 뭇 존재들을 의미롭게 만든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시인이 '치매를 앓고 있는 중년 남자도/ 여기저기서 날아온 새들도/ 한 구석에 외롭게 피어 있는 꽃들도/ 나뭇가지들이 갈라놓은 하늘도// 함께 수목원을 만들고 있다'며 '한라수목원(3)'에서 전하는 어울림의 풍경은 빛이 난다. 새미.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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