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제주는 이제 외롭지 않다"

文 대통령 "제주는 이제 외롭지 않다"
2018년 이후 2년 만에 4·3추념식 참석해
정부 차원 추가 진상규명과 배·보상 약속
  • 입력 : 2020. 04.03(금) 11:00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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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배상과 보상이 실현 위해 노력"

문재인 대통령이 2년 만에 4·3추념식에 참석해 "제주는 이제 외롭지 않다"고 선언한 뒤 정부 차원의 추가 진상규명과 배·보상을 약속했다.

 올해 제72주년을 맞은 4·3희생자 추념식이 행정안전부 주최, 제주특별자치도 주관으로 3일 제주4·3평화공원 일원에서 개최됐다. 이번 추념식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폭 축소, 봉행됐지만, 2018년 추념식에 이어 2년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제주는 해방을 넘어 진정한 독립을 꿈꿨고, 분단을 넘어 평화와 통일을 열망했다"며 "그러나 누구보다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제주는 처참한 죽음과 마주했고, 통일 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는 이념의 덫으로 돌아와 우리를 분열시켰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지금도 평화와 통일을 꿈꾸고, 화해하고, 통합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제주의 슬픔에 동참해야 한다"며 "그날, 그 학살의 현장에서 무엇이 날조되고, 무엇이 우리에게 굴레를 씌우고, 또 무엇이 제주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제주는 이제 외롭지 않다"며 추가 진상조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4·3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보듬고, 삶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국가의 책무"라며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생존해 있을 때 실질적 배상과 보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정치권과 국회에도 4·3특별법 개정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故 양지홍 희생자의 딸 양춘자 여사와 함께 추념식에 참석한 김대호 군(양 여사의 손자)의 편지글 낭독이 이어졌다. 이들은 지난 1월 22일 4·3 유해발굴 신원확인 보고회를 통해 72년 만에 각각 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의 유골을 마주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희생자 유족인 김대호 군(아라중 2학년)이 편지 낭독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편지를 낭독한 희생자 양지흥의 증손자 김대호 군을 격려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김 군은 "할머니는 선생님이었던 아버지를 똑똑이 할아버지로 자랑했다. 그러면서 평생 소원이 똑똑이 할아버지를 한 번 만나보는 것이라고 했다"며 "그런 똑똑이 할아버지가 72년 만에 네모난 유골함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유골을 보고 펑펑 울었다. 할머니가 3살 때 돌아가셔서 얼굴을 모르는데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김 군은 "나도 똑똑이 할아버지처럼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 하늘에서 제가 꿈을 이루는 모습을 꼭 지켜봐달라"며 "할머니도 이제 한을 풀고 나랑 즐겁게 지내요.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위령제단에 분향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 민생당 장정숙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강희만기자



 한편 올해 추념식은 대통령 추념사와 김 군의 편지 낭독, 가수 김진호의 추모공연 등으로 간소하게 치러졌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 이후 유해봉안관을 방문한데 이어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유해발굴 상황에 대한 설명을 청취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4·3 희생자와 군경 희생자 신위를 안치하고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제주시 애월읍에 조성된 영모원을 찾아 참배했다.

 위령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문 대통령은 "화해와 통합의 장소네요"라고 언급했다.

 또 이 곳에서 제주 4·3 유족회와 경우회가 손을 잡고 화해를 했다는 설명을 전해 들은 뒤 "함께 손을 잡았다니…또 그 손을 맞잡아 주신 희생자 유족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송승문 제주 4.3희생자 유족회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4·3의 완전한 해결의 뒷받침은 4·3특별법 개정이다. 문 대통령 임기 내에 꼭 4·3 특별법을 통과 시켜 달라"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그는 "명예회복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 (생존 희생자들이) 모두 90세가 넘은 고령인데, '빨갱이 폭도' 누명을 쓰고 돌아가시게 하는 것은 후손의 의무가 아니다"라며 관심을 거듭 당부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3에 대해서는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추념식을 마치고 유족들 또는 생존 희생자들과 점심 식사라도 같이 하면 좋은데, 지금 선거를 앞둔 시기여서 또 자칫 잘못하면 오해도 있을 수 있다"며 "오늘은 추념식에 참석하고 이곳을 참배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치려고 한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뒤 희생자들의 유해가 안치된 유해봉안관을 유족과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뒤 제주 하귀리 영모원을 방문, 4.3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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