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4·3추념식 봉행… "개최만으로 감사"

코로나 속 4·3추념식 봉행… "개최만으로 감사"
1만5000명 오던 행사가 150명만 참석해 진행
추념식 열리는 위령광장은 삼엄한 방역·통제
  • 입력 : 2020. 04.03(금) 11:47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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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3희생자 추념식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폭 축소 봉행됐다. 강희만기자

올해 4·3희생자 추념식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폭 축소 봉행됐다. 작년 1만5000명이 참석한데 비해 올해는 100분의 1인 150명만 자리를 채웠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철저한 방역이 이뤄졌다.

 3일 제주4·3 평화공원 내 봉안관과 각명비원, 행방불명인 표석, 위패봉안실 등에는 예년에 비해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또 공원 내 주요시설 출입국에는 열 화상 카메라가 설치되고, 마스크와 손 소독제도 비치돼 있었다.

 특히 추념식이 열리는 위령광장은 사전에 작성된 참석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으면 아예 입장이 불가했다. 참석자도 바로 입장이 불가하고, 사전 문진표와 열 화상 카메라, 개인별 체온 측정을 마쳐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이러한 통제는 추념식이 끝나자 마자 풀렸다.

 위령광장 내 좌석은 각각 1m 간격으로 배치됐으며, 대부분 제주4·3 희생자 유족의 자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3 추념식에 참석한 이후 2년 만인 올해 추념식에 참석해 4·3 영령을 추모했다.

이날 추념식 공식 행사는 오전 10시 제주 전역에 1분간 묵념 사이렌이 울린 뒤 시작됐다.

첫 순서로 생존 희생자 및 유족들이 겪은 고통과 해원을 위해 제주4·3특별법 개정 등의 염원을 담은 오프닝 영상이 상영됐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헌화·분양했다. 또 참석자들은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를 제창했다.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부르는 동안 행방불명인 표석, 너븐숭이 4·3기념관, 곤을동 잃어버린 마을 등을 편집한 영상이 방영됐다.

순국선열·호국영령 및 4·3영령에 대한 묵념이 진행됐으며 송승문 제주4·3유족회 회장은 김수열 시인의 묵념사를 낭독했다.

이어 경과보고,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등에 대한 영상이 상영됐다.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눈물을 흠치고 있다. 공동취재단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김대호 군이 할머니를 위로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강희만기자



제72주년 추념식 유족 사연은 김대호(15·제주 아라중 2)군이 낭독했다.

김대호 군은 지난 1월 22일 4·3평화재단이 연 '발굴 유해 신원 확인 보고회' 당시 발굴된 고(故) 양지홍 희생자의 증손자다.

김 군은 할머니인 양춘자 여사가 겪은 고된 삶과 미래세대로서 4·3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증조할아버지께 드리는 편지글로 전해줬다.

김 군의 낭독이 이어지는 동안 양 여사 등 일부 참석자들이 아픈 눈물을 쏟아냈다.

행사 마지막으로 추모 공연과 클로징 영상이 상영됐다.

제주4·3을 상징하는 노래인 '잠들지 않는 남도'는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영상과 함께 불렀다.

이번 추념식에는 경찰 의장대가 처음으로 참석해 화해와 상생의 의미를 담아 헌화·분향 등의 행사를 지원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코로나19 여파로 참석하지 못한 추모객들을 위해 사이버 참배관(https://jeju43peace.or.kr/kor/memorial/list.do)을 운영하고 있다.

또 제주도는 온라인 추모관(http://www.jeju.go.kr/group/part4/remembrance.htm)을 열었다

재단 사이버 참배관에는 현재까지 400건이 넘는 추모글이 올라왔으며, 도의 온라인 추모관에도 300건의 추모글이 게시됐다.

 이날 각명비원을 참배한 현창송(77·제주시 이도2동)씨는 "매년 4월3일이면 가족들과 함께 이 곳에 오는데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혼자 오게 됐다"며 "오늘 현장에서 주차 안내 봉사를 하는 김에 아침 일찍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각명비 앞에서 참배를 했다"고 말했다.

 추념식에 참석한 서주희(46·제주시 아라동)씨는 "매년 가족들과 왔었는데 오늘은 사람도 없고 검사가 삼엄해 조금 생소하다"면서 "그래도 추념식이 취소됐으면 섭섭했을 텐데 감사하다. 예방수칙을 잘 지키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유족이 헌화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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