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세 주관섭 할아버지 부부의 값진 나눔

102세 주관섭 할아버지 부부의 값진 나눔
전재산 2000만원 이웃돕기성금으로 선뜻 기탁
"생활비 아낀 돈 위기상황에 보탤 수 있어 행복"
  • 입력 : 2020. 04.08(수) 14:53
  • 문미숙기자 m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서귀포시 동홍동에 거주하는 주관섭(102)·백영순(82) 부부의 값진 나눔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8일 오후 서귀포시청을 찾은 부부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데 작은 힘이 되고 싶다며 성금 2000만원을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서귀포시에 지정 기탁했다.

 이번 성금은 주 할아버지가 사망한 후 혼자 남을 할머니 몫으로 남겨뒀다는 1000만원을 뺀 전재산이다. 전재산이 3500만원이던 부부는 지난 3월에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400만원, 동홍 10통 노인회에 100만원을 기탁했다.

 주 할아버지는 북한이 고향으로 6·25 때 남쪽으로 내려온 국가유공자(무공수훈자)이자 기초생활수급자로, 동홍주공3단지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고령의 할아버지는 청력이 떨어지고, 최근 몸이 좋지 않아 집에서는 거의 누워서 생활하지만 성금을 기탁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또박또박 설명했다. "정부에서 지원받는 수당을 허투루 쓰지 않고 모아뒀다. 지금껏 주변 이웃과 국가의 도움으로 잘 살아왔는데,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에서 적은 금액이지만 주변을 도움을 줄 수 있어 이제 여한이 없다"고 했다.

 백 할머니는 "둘이서 TV를 보다가 코로나19로 어려운 이를 돕기 위한 성금을 모금한다는 걸 들었다. 그런데 방법을 몰라 집으로 목욕봉사하러 오는 이에게 물어봤다"고 했다. 할머니는 "옷 한벌 제대로 안사입으며 생활비를 아껴썼다. 하지만 좋은일에 쓰게 돼 오늘 아침에도 할아버지랑 마주앉아서 서로 행복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양윤경 시장은 "어렵게 모은 돈을 더 어려운 이를 위해 선뜻 내놓겠다는 주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당황스러웠고, 존경을 표한다"며 "어르신의 깊은 마음이 우리사회에서 잘 전달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43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