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덕의 건강&생활] 코로나 시대 신인류 ‘홈 루덴스(Home Ludens)’의 눈병

[김연덕의 건강&생활] 코로나 시대 신인류 ‘홈 루덴스(Home Ludens)’의 눈병
  • 입력 : 2020. 05.27(수) 0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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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밖은 위험해."

웹 세상 속 게으른 자들의 농담은이제 호모 루덴스(Homo Ludens)를 대체하는 코로나 시대의 신종 인류 '홈 루덴스(Home Ludens)'의 행동강령이 되었다. 재택근무를 비롯한 비대면 산업의 확산과 '랜선' 공연관람 등으로 인해 우리는 지금 한 손에는 줌(Zoom; 화상회의 및 온라인 수업 도구)이 깔린 노트북을, 다른 손에는 넷플릭스 리모콘을 들고 전대미문의 시대를 건너가는 중이다. 여기 부수적으로 따라붙는 증상이 있으니, 바로 안구건조증이겠다.

하루 종일 전자기기를 접하다 보면, 우리 눈은 쉽게 피로를 느끼며 건조해지기 쉽다. 눈이 건조해지면 시큰거리거나 따가운 느낌이 들고 자주 충혈된다. 눈 한 번 깜빡거리지 않을 만큼 화면 속 무언가에 집중할 때는 눈의 표면을 덮고 있는 눈물이 마르고 보충이 되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니 요즘 같은 때는 일부러라도 눈을 충분히 깜빡여 눈물층이 잘 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가습기를 동원하거나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 또한 눈을 1시간 혹사했다면, 적어도 5분에서 10분 정도는 휴식을 취하도록 하자. 자주 물을 마셔서 수분을 보충하는 일은 여러 모로 이롭다.

위기에는 언제나 소문과 비기가 횡행한다. 요즘 대두되는 것은 이른바 '블루라이트(청색광)' 차단 제품군이다. 진료실에서 각종 눈 영양제들의 효능을 묻던 고객들은 이제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이나 차단 안경의 효험을 궁금해한다. 그러나 자외선이 백내장이나 황반변성에 미치는 영향과는 달리, 블루라이트가 우리 눈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안과학회(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홈페이지(https://www.aao.org)에는 이와 관련한 내용이 다수 올라와 있다. 올해 1월에 나온 최신 의견에 따르면 ①컴퓨터의 블루라이트가 안과 질환과 이어지지는 않으며 ②블루라이트 차단 안경 없이도 저녁 시간대 화면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고 기기를 야간 모드로 설정해 놓기만 해도 수면 개선 효과가 있다. 또한 ③디지털 기기에 의한 눈의 피로는 블루라이트 때문이 아니라 기기를 쓰는 방법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한국어를 선택하면 다소 어색한 번역체로나마 주요 내용을 직접 살펴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라.

반면, 디지털 스크린에 지나치게 노출된 어린이들에게 다가온 진짜 문제는 근시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인 만 7-10세 사이에선 근시의 진행도 빠르기 때문에 불가피한 온라인 수업을 제외하면 디지털 기기 사용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 이외에 ADHD와 같은 행동 장애나 비만과 같은 섭식 장애와도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만 2세 전까지는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페이스타임이나 스카이프 등을 제외하고 일방적인 스크린은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으며, 만 2세에서 5세까지는 1시간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당장 필자의 가정에서도 실천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코로나 시대 이후에는 더욱 일반화, 가속화될 것임을 인지하며 균형 잡힌 정신적, 육체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최선이겠다. 랜선 속의 스펙타클은 현실세계에서의 건강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호모 루덴스 혹은 홈 루덴스들의 한계다. <김연덕 제주성모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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