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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택의 한라칼럼] 대정현성과 남문지(南門池)의 역사문화를 찾아서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입력 : 2020. 06.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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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목사 오식은 1416년, 산남지역은 동서 거리가 멀어 적의 침입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계청(啓請:임금께 아룀)해 동에 정의현과 서에 대정현을 설치했다. 대정현감 유신이 1418년 축성한 후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치며 황폐화 된 대정현성(제주도기념물 제12호)은 2000년대 들어 상당부분 복원됐다. 둘레가 1600여 m인 대정현성 안에는 두레물이란 용천수도 있었다. 탐욕한 현감이 오면 우물이 마르고, 청렴한 현감이 오면 물이 넘친다는 설화를 지닌 우물터. 거수정(擧手井)이라고도 불리는 두레물은 두레박으로 떠 올리는 물이라 해서 이름이 지어졌단다. 두레박을 사용할 만큼 깊던 우물은 세월의 토사들이 쌓여 지금은 물이 고이지 않는다. 2010년 추사관 공사 당시 두레물로 이어지던 수맥이 파괴돼 주변이 물천지를 이루기도 했던 영향 탓일까.

대정현성에는 기록으로 전해지는 두레물 외에도 설화로 전해지는 꽤나 넓은 연못도 있다. 두레물이 성안에서 생명수를 공급했다면, 이곳은 성밖에서 생활수를 제공했던 곳이다. 다름아닌 대정현성 축성 당시에 조성됐다고 전해지는 남문지(인성리 393-1번지)이다. 현성을 짓던 1418년 어느 무덥던 날, 한 스님이 축성작업을 그대로 하면 백성들의 피해가 많겠다는 말을 전했다. 축성을 안전하게 마칠 수 있는 비법을 묻는 현감에게 노승은 인근에 위치한 모슬봉이 불의 기운이니 남문 앞에 연못을 파서 모여드는 물의 기운으로 모슬봉의 화기를 누르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스님이 가르키는 곳에 현감이 연못을 파도록 하니, 사방으로 흐르던 물길이 모여들었고, 한 여름 축성공사도 아무런 재앙 없이 마칠 수 있었다 전한다. 이후 이 지역에서는 넘치는 물을 이용해 2만여 평의 논농사도 짓곤 했다.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된 남문지 주변에는 마소에게 물을 먹였던 못도 있고, 바다 쪽으로 난 수로도 있다. 600년 전에 조성됐다 전하는 남문지에 대한 문헌연구가 뒤따른다면, 남문지 일대는 문화재로도 지정될 수 있는 제주의 역사문화를 담은 기념비적인 곳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정현성 주변은 우리가 찾고 아끼고 가꿔야 할 소중한 역사문화 유산이다. 대정현 성문을 오랫동안 지키던 돌하르방 12기는 일제의 읍성철폐령과 산업화 이후 도처에 흩어졌다가, 2018년 지금의 모습으로 정비돼 있다. 이곳에는 또한 1840년부터 9년여 유배생활을 했던 추사 김정희의 적거지와 2010년에 건립된 추사관도 들어서 있다. 추사관 근처에서는 1901년 발생한 제주민란 당시에 사회적 폐단을 시정하고자 장두로 나섰던 이재수, 강우백, 오대현 등을 기리는 삼의사비 등도 만날 수 있다.

홍살문거리, 객사골, 향교 등의 역사문화를 품은 대정고을에는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도 많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도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치며 사라진 역사문화를 복원하는 일은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는 일이기도 하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장 값진 유산 중 하나는 지난 날의 역사문화를,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는 나침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조장하고 격려하는 일이리라. <문영택 (사)질토래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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