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 속 무더위가 더욱 힘겨운 사람들

코로나19 상황 속 무더위가 더욱 힘겨운 사람들
건설·택배·급식노동자 방역지침 지키느라 안간힘
"평소에도 숨 쉬기 힘든데… 다가올 폭염 걱정"
  • 입력 : 2020. 06.07(일) 15:46
  • 강다혜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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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맞는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예보되면서 마스크를 쓴 채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겐 더욱 힘겨운 여름이 될 전망이다.

지난 5일 오후 1시쯤 찾은 제주시 화북동의 한 공사 현장에선 대부분의 건설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27℃였다. 건설노동자 김모(37)씨는 "온 몸이 땀 범벅인데 마스크까지 끼고 일하려니 피부도 가렵고 호흡도 많이 가쁘다"며 "지금도 숨이 턱턱 막히는데, 앞으로 다가올 폭염이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노총제주본부 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날이 더워지면서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형 건설현장에선 정부의 코로나19 예방·확산 방지를 위한 건설현장 대응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데, 찜통 더위에 지침 준수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열사병 예방 3대 원칙인 물, 그늘, 휴식제공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근무조건이 열악한 일용직·계약직 노동자의 상황은 더욱 힘겹다. 일용직 건설노동자 현모(37)씨는 "일용직 노동자는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발각되면 잘릴 수 있기 때문에 힘들지만 꾹 참고 마스크를 착용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2만보 이상을 걸어다니는 택배·집배 노동자들도 여름이 두렵긴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제주 집배노조에 따르면 집배원 1인당 하루 물량은 950여 건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배송이 늘었지만, 대면으로 배송하는 경우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해서 현기증까지 호소하는 집배노동자들이 늘었다. 집배노조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덜 더운 시간에 일하기 위해 출근시간을 앞당겨달라고 사측에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과 습도가 공존하는 학교 급식실의 노동자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에어컨도 마음대로 켤 수 없어 조리사들은 매년 여름철마다 두통·현기증·구토·쓰러짐을 경험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급식실이 거리두기로 운영되면서 최대 6차 배식(6차례에 걸쳐 학년 별로 배식)이 진행되면서 업무 강도가 더 높아졌다. 조리사 A씨는 "여름방학도 짧아져서 가장 더운 여름에 숨쉬기도 어려운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한다"며 "앞치마, 고무장갑, 통풍도 안되는 위생복, 장화에 이어 이제 코와 입까지 막고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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