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인 관리 부실··· 성폭행 혐의 피고인 무죄

검찰 증인 관리 부실··· 성폭행 혐의 피고인 무죄
'유력한 증인' 피해자 중국 출국때까지 증거보전절차 안해
법정 출석 노력도 태만 소재지 파악않고 소환장도 안보내
  • 입력 : 2020. 07.03(금) 11:35
  • 이상민 기자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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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유력한 증인의 법정 진술 확보 노력을 게을리하는 바람에 성폭행 혐의로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석방되는 일이 벌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중국인 A(43)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검찰 측 공소사실 중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성폭행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8시께 중국인이 모여 사는 서귀포시 한 주택에서 같은 국적 여성 B(44)씨를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튿날에도 겁을 먹은 피해자를 또다시 성폭행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피해자가 작성한 고소장과 검찰·경찰에 진술한 피해 진술 조서 등에 대해 전부 증거 동의를 하지 않는 등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통상 형사 재판에서는 검찰 또는 피고인 등 어느 한쪽이 피해자 진술 조서 등 증거로 사용될 문서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진술한 자를 재판에 출석 시켜 직접 증언을 듣는 것으로 해당 문서에 대한 증거 능력을 검증한다.

단 증인이 사망하거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재판 출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부동의 한 문서라도 증거 능력을 인정한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중국인 피해자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시켜 피해 진술을 듣는 방식으로 A씨의 혐의를 입증하려 했다. 그러나 검찰은 올해 3월 중국으로 되돌아간 피해자가 '다시는 한국에 가고 싶지 않다'며 출석을 거부하자 법정에서의 피해자 신문 절차를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같은 검찰 무성의 한 공소 유지 태도를 꼬집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소재 불명이거나 이에 준하는 사유로 법정 진술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따라서 피해자가 작성한 고소장, 진술 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는 무사증으로 제주에 체류중이어서 (체류 기간이 끝나가면) 가까운 장래에 출국할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중국으로 출국할 예정이 있는지, 출국하면 다시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또 수사기관은 올해 1월 피고인을 기소한 후 2개월 뒤 피해자가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증거 보전절차를 밟지 았으며 (중국으로 돌아간) 피해자에 대한 소재 파악, 증인 소환장 송달, 현지 법원을 통한 증인 신문 요청 등도 하지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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