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그리움 편지가 되고 그림이 되어

이중섭의 그리움 편지가 되고 그림이 되어
이중섭미술관 신소장품 내년 1월까지 상설전시
유화·편지화·엽서화 등… 원문 자료 7점도 첫 공개

  • 입력 : 2020. 07.05(일) 09:22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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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사계'(1955).

한국전쟁기 서귀포에서 유토피아를 꿈꿨던 화가 이중섭. 그가 남긴 그림과 자료들이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 상설전시장에 나왔다.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이중섭의 그리움, 편지가 되고 그림이 되어' 전이다.

내년 1월 3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이중섭미술관의 새로운 소장품을 중심으로 꾸몄다. 유화·편지화·엽서화 각 1점과 최초로 원문을 공개하는 7점의 자료 등이 포함됐다.

화가 이중섭은 캔버스가 없으면 종이, 장판, 합판, 담뱃갑 속 은지에 그림을 그렸다. 물감이 없을 때는 페인트나 에나멜로 작업을 벌였다. 일정한 주거지가 없어 부산, 통영, 대구, 서울, 진주 등지를 전전하면서도 그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중섭에게 가족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이중섭이 부인과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한국에 홀로 남았던 시절에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 그 절절한 마음이 읽힌다.

이중섭의 '아이들과 복숭아'(1941).

이번 상설전에 놓인 이중섭의 유화 '사계'는 타이프용지에 네 개의 공간을 만들어 4계절을 표현한 작품이다. 편지화 '아이들과 복숭아'는 이중섭이 둘째 아들에게 보낸 것으로 두 아들이 서로 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볼 수 있도록 배려한 자상한 아빠의 면모가 드러난다.

엽서화 '앉아있는 여자'는 1941년 이중섭이 당시 연인 사이였던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한국이름 이남덕)에게 보낸 그림이다. 이중섭은 1940년부터 1943년까지 연인 마사코에게 글자 없이 오로지 그림만 그린 엽서화를 잇따라 보냈는데 현재 88점이 전해온다. 1940년대 이중섭 그림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엽서화는 그 시기 이중섭의 화풍을 가늠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이밖에 이중섭이 화가로서의 의지력을 담아 마사코에게 띄운 한글편지, 1944년 마사코에게 보낸 전보, 1952년 이중섭 부인과 두 아들의 일본 입국증명서, 1956년 이중섭 사망통지서 원본을 볼 수 있다. 이중섭미술관의 전은자 학예연구사는 "이 자료들은 그동안 불명확했던 이중섭 관련 사실들을 보다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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