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후 작가의 시(詩)로 읽는 4·3] (69)난 빨강(박성우)

[김관후 작가의 시(詩)로 읽는 4·3] (69)난 빨강(박성우)
  • 입력 : 2020. 07.30(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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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빨강이 좋아 새빨간 빨강이 좋아

발랑 까지고 싶게 하는 발랄한 빨강

누가 뭐라든지 신경 쓰지 않고 튀는 빨강

빨강 립스틱 빨강 바지 빨강 구두

그냥 빨간 말고 발라당 까진 빨강이 좋아

빼지도 않고 앞뒤 재지도 않는 빨강



빨빨대며 쏘다니는 철딱서니 같아서 좋아

그 어디로든 뛰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빨강

난 빨강이 좋아, 새빨간 빨강이 좋아

해종일 천방지축 쏘다니는 말썽쟁이, 같은 세상

빨랑 나도 빨강이 되고 싶어 빨랑

빨랑, 빨강이 되어 싸돌아다니고 싶어

빨빨 싸돌아다니다가 어느새 나도

빨강이 될 거야 새빨간 빨강

빵강 치마 슈퍼우먼이 될 거야

빨강 팬티 슈퍼맨이 될 거야

빨강 구름 빨강 바다 빨강 빌딩숲 만들어 날아다닐 거야

새빨간 거짓말 같은 빨강

막대사탕처럼 달달하게 빨리는 빨강

혀를 내밀면 혓바닥이 온통

새빨갛게 물들어 있을 것 같은 달콤한 빨강

빨~강, 하고 말만 해도

세상이 온통 빨개질 것 같은 끈적끈적한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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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가슴이 떨리고 내려앉는 단어이다. 그 어떤 전염병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무서운 병이 '빨갱이'가 아닐까? 이 병에 걸리면 100% 목숨을 잃고 가족과 친척까지 굴비처럼 엮여서 깊은 산골짜기나 바다에서 총에 맞아 죽어갔다. 대한민국 정부수립기에 '비국민'인 '빨갱이'는 초법적으로 죽음을 당했다. 이승만은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강력한 반공국가를 세웠다. 이승만은 국민을 '좌'와 '우'로 나누어 '비국민'을 제거대상으로 보고, 각종 단체와 민주인사까지 '빨갱이'로 몰아서 정치보복과 학살을 자행했다.

우리나라에서 '빨갱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탄생하였을까? 일제강점기에 사회주의운동이나 민족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을 '빨갱이'라고 지칭했고, 해방공간에서 공산주의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빨갱이'란 단지 공산주의 이념의 소지자를 지칭하는 낱말이 아니다. '빨갱이'란 용어는 도덕적으로 파탄난 비인간적 존재, 짐승만도 못한 존재, 국민과 민족을 배신한 존재를 천하게 지칭하는 용어가 됐다. <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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