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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살아남을 산 이야기
자크 엘리제 르클뤼의 ‘산의 역사’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7.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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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펐다. 살아가는 일에 지쳐버렸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 계획이 무산되고, 희망도 물거품이 되었다. 친구라던 이들은 초라한 내 모습을 확인하고 등을 돌렸다." 상실감에 빠진 그는 시끌벅적한 도시에서 빠져나와 지평선 너머 울퉁불퉁한 봉우리들이 치솟은 산으로 향했다. 앞으로 뻗은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고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지대에 짐을 풀었다.

프랑스 지롱드 태생의 사상가이자 교육자인 자크 엘리제 르클뤼(1830~1905). 그는 1871년 파리 코뮌에 참여했다가 정권의 핍박을 받고 스위스 산골에서 망명 생활을 한다. '산의 역사'는 그 무렵 집필한 책으로 산을 주제로 하면서도 지리를 바탕으로 자연과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서술해 놓았다. 소년기를 보낸 피레네 산자락부터 프랑스 중부의 고원, 스페인 북부와 스위스의 산악을 두루 답사한 경험이 뼈대가 됐다.

그는 산은 기적이 일어났던 신성한 장소였다는 신화와 종교 속 신비를 벗겨냈다. 신과 영웅과 님프와 귀신들의 소굴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의 사연을 살폈다.

'산의 역사'를 써나가던 시기는 교통·통신과 지구촌 여행이 제국주의 팽창정책으로 급성장하며 미지의 땅을 차지하고자 치열하게 경쟁하던 때였다. 저자는 대륙의 산맥과 마을 주변의 산들이 자원의 보고일 뿐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 값지다고 했다. 피레네산맥 고원에 쌓인 퇴적층을 무너뜨려 장애인과 환자도 지상의 어느 곳이든 접근할 수 있도록 했지만 진보에는 그만한 남용도 따른다. 그는 어느 시인의 절망어린 외침을 인용한다. "도망칠 데가 어디있어? 자연이 더러워졌는데…." 인류의 삶에서 산이 어떤 의미인지 질문하며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끝까지 살아남을 산의 이야기가 있다. 정진국 옮김. 파람북.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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