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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제주문화사전
[김유정의 제주문화사전] (21)탐라의 일노래 (하)
고독한 시간, 의례와 신성한 놀이 잃어버린 현대인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8.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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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당 본향당 신과세제. 무악과 춤으로 신을 즐겁게 하는 모습. 2017.

건강한 민중성, 일과 놀이의 통일
‘시경’의 속요에서 보이는 분방함
18세기 ‘방아타령’ 제주인의 애환

#의례, 놀이와 예술의 기원

F.엥겔스는 인류의 발전 단계를 크게 ①야만(wildness), ②미개(semibarbarous), ③문명(civilization)의 세 단계로 나누면서 야만과 미개 단계는 문명 단계로 나아가는 이행기라고 생각했다. 모건(Morgan)의 말대로 "자연에 대해서 인류가 우월하다는 것은 생산의 기술에 달려있는데, 모든 종에서 인류만이 식품의 생산을 절대적으로 지배할 수 있었고, 인류 진보의 시기들은 생존 자원 확대의 시기와 어느 정도 합치한다." 그러니까 야만의 시기에는 자연물을 획득했으며, 미개의 단계에는 목축과 경작을 도입하고, 인간의 활동 증가로 자연물 공급을 증대시킬 수 있는 습득 시기이며, 문명의 단계에는 획득한 자연물에 대해 가공하는 공업과 기술의 시기가 된다(엥겔스,1985). 이런 문명의 각 단계에 필요한 것이 인간의 일이었고, 그것의 가치가 산업혁명을 넘어 오늘날의 전자문명까지 온 것이다.

인류학자들은 라틴어를 빌어 인간의 특성을 말할 때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Homo faber), 직립하는 인간(Homo erectus), 정치적 인간(Homo politicus),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 현명한 인간(Homo sapiens), 이중적 인간(Homo duplex), 자아에 갇힌 인간(Homo clausus), 위계화된 인간(Homo hierarchicus), 희생시키는 인간(Homo necans), 미학적 인간(Homo aestheticus)" 등 이라고도 한다.

이런 특성 가운데 주목할 것은 놀이하는 인간과 미학적 인간이다. 요한 호이징하(Johan Huizinga,1872~1945)는 "진정한 의례는 형상화이자 대리적 현실화로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놀이하기를 동시 다발적으로 수행한다고 했다. 현대인들은 의례와 신성한 놀이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각 종교 의례, 수많은 축제가 모두 이에 해당하며, 인류는 놀이를 통해 일의 숭고함과 고마움을 알게 되고, 다시 놀이를 통해서 일의 효율성이 되살아난다. 우리나라의 일과 놀이의 통일이라는 예술론도 바로 이런 시각에서 출발했다(호이징하,1984).

제주도 남방애 찧기. 짙은 갈옷을 입은 여인들의 일하는 모습. 19세기 말 선교사 사진.

또, 미학적 인간이라는 특성에서 엘렌 디사나야케(Ellen Dissanayake)는 "예술은 자연적이고 보편적인 성향이고, 이 성향이 단지 춤, 노래, 연기, 시각적 표현, 시적 화법 같은 문화적으로 학습되는 특성으로 나타나며, 이 행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매력을 느끼고 그것을 경험하여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엘렌 디사나야케, 2009).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들의 본성과 습성에는 창의적 욕망이 있고 늘 무엇인가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인간이다.

#소리의 보고(寶庫) 제주 자연과 풍토

제주굿에는 매우 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가 어떤 때는 중얼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리듬을 타고 소리가 되기도 한다. 무속의 방대한 서사를 '무가(巫歌)'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구송과 운율 사이를 오가면서, 무악(巫樂)과 춤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랜 시간 의례를 행하며 그것을 지켜 봐야하는 관객(단골)에 대한 의례자의 열정이기도 하다. 서사는 재미와 극적인 사연을, 연물 연주와 춤은 잔잔한 흐름을 깨고 의례의 활기찬 분위기로의 전환을 위해서 있다. 그러므로 무가 또한 일의 내용을 가지고 리듬을 섞어 그것을 풀어낸다.

굿놀이 가운데 세경놀이, 일명 '세경무지침'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진성기, 2016). 바다 생물의 생태적 습성으로 시집 식구들의 성격을 의태어로 비유한 것이다.

"씨어멍은 암참목(전복) 넋이라 나를 보난 자그뭇하고/씨아방은 구젱기(소라) 넋이라 나를 보난 세들깍하고/씨아주방은 바들래기(배도라치) 넋이라 나를 보난 바들락하고/씨누인 코생이(놀래기) 넋이라 나를 보난 호로록하고/서방은 물꾸럭(문어) 넋이라 나를 보난 언주와(움켜) 안젠(안고자) 하고…".

해녀축제장에서 공연하는 잠녀들. 2012.

'망건 는 소리'에, 시집살이에 대한 내용에 구절마다 '이년~이년 이녀도 하라. 이년 망건 마자나지라'라는 집단 후렴구가 따른다. '세경무지침'의 바다 생물들을 빗댄 것이 유사하다.

"장닭(장닭) 닮은 씨아방에~ (후렴)/암닭(암닭) 닮은 씨어멍에~ (후렴)/코생이닮은 씨누이에~ (후렴)/우럭 닮은 씨동생에~ /물 문어 닮은 서방 놈에~ (후렴)"

제주의 소리에는 섬이라는 해양·자연 환경에 걸맞게 바다, 들판, 산악의 나무, 오름, 돌담, 동식물의 생태적 습성 등을 비유하는 표현이 많다.

'방앳소리'에, "물이랑 지컨(지려거든) 산짓물(산지천물) 지곡/낭이랑(나무를) 지컨 돔박낭지라(동백나무를 져라)/자드는(걱정많은) 사람은 산짓물가도(산지천물에 가도) 궁근팡(불안하게 흔들리는 팡돌)에 앚아사 한다."

'고래가는 소리'에 "산짓작지(산지해변의 자갈) 떡이나 뒈곡/바당물이 술이나 뒈민/읏인(없는) 인심 가프쥬마는(갚고싶지만)/나인심이 읏어랭(없다고) 한다."

'노젓는 소리' 일명, '잠녀노래'에, "산담가튼 절고개에 젓다남은 네(櫓)로구나/바람받이 쎈물살에 젓다남은 네로구나."(조영배, 2000). 각 소절마다 선 소리가 끝나면 "이여도 사나, 이엿사, 이엿사 쳐라 쳐"라는 집단 후렴이 따른다.

#18세기 제주목사 채록 제주도 '방아타령'

숙종 45년(1719)에 송애(松崖) 정동후(鄭東後, 1659~1735)는 제주목사로 와 한라산에서 마른 오동나무를 구하여 거문고를 만들어 흥이 나면 거문고를 타면서 인생의 시름을 달랬다고 한다. 정동후 목사는 재직 시 제주도 '방아타령(相杵歌)'을 채록해 남겼다. 송애는 "풍속에 보면, 일은 모두 여인네가 한다. 서너 명 혹은 대여섯 명이 한 절구에 둘러서서 함께 찧을 때 반드시 방아타령을 하는데, 음조(音調)가 몹시 애처롭다. 보리타작과 맷돌질할 때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 가사의 뜻을 자세히 들어보니 상스러워서 취할 가치는 없었지만… 글로 옮겨본다"라고 각 가사의 내용도 짤막하게 품평하고 있다. 18세기 제주 일 노래를 한문으로 옮긴 것을 재해석했지만, 지금의 '방아타령'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鄭東後, 松崖遺稿, 2017).

저 사람 술이 있건만/나와 나누지 않는구나/술을 어찌 주지 않느냐 물었더니/술이 아니라 물이라 둘러대네(之子有酌兮 不與我酌兮 酒則奚不與兮 匪酒也伊水).-인색한 것 풍자

밝은 해가 떠올라도/부모님이 그립구나/눈과 비가/마음대로 내리는구나(白日雖出兮 寧父母之來思 雪兮雨兮 任爾爲兮).-부모를 그리워 함

서울 여인 아무리 질투해도/바다 건너와 질투할까/산남 여인 아무리 질투해도/산 넘어와 질투할까(京之女雖妬兮 寧越海而來妬 山南女雖妬兮 豈踰山而來妬).-남녀 간 사랑할 때

잎에는 푸른 오동나무/새가 깃을 잃고 슬피우네/울음소리 슬프니/그 날개 소리를 구하는 구나(無葉之靑桐兮 鳥失羽而悲鳴 鳴之悲矣 求其羽聲).-보금자리 없는 서러움

우리 엄마 날 잉태하여/뿌리 없는 나물 드셨지/뿌리 없는 나물은/이파리 모두 얇다네(我母之孕胎我兮 茹無根之菜葉 無根之菜兮 葉葉皆薄).-보금자리 없어 부모를 원망함

한 줄기 나무여/어찌 그리도 무성한가/모든 우리 동기들은/마땅히 잘 자라리라(一枝之樹兮 曷其有苑 凡我同氣兮).-형제 간 화목

울면서 저 길을 따라가는데 /남들은 깔깔 비웃는구나/지난 날 갈 때처럼/갈림길에서 놀았으면 좋으련만(泣而遵彼路兮 他人咥其笑矣 宜如昔之行兮 路岐遊遊).-이별한 여인의 원망

아, 우리형아/어떻게 살아갈꼬/뚜껑 없는 솥단지의 물이/끊어오르다가 멈추는구나(嗟我兄兮 何以爲生 無蓋之釜水兮 寢其沸而生兮).-형제 간 불화를 경계함

그대 서울 갈 적에/기장과 조 닷 되 심었죠/기장과 조 익어 새 떼 몰려들건만/그대는 어이하여 빨리 돌아오지 않소(赴京之路兮 種五升之黍粟 黍粟已熟而驅鳥雀兮 之子歸兮何不速).-오래도록 오지 않는 서울 간 남편을 그리워 함

당신과 나 사이 사랑할 적에는/잔 가득한 기름이었죠/누구 말을 들었기에/도리어 물에 뜬 기름마냥 되셨소(子與我之情好兮 盈盃之油 聽誰之言兮 還爲泛水之油).-자기 남자를 원망함

밤에 들어왔다 밤에 나가니/누구인지 어찌 알겠나/길 가 오동나무여/부디 그 사람 이름 적어 주려무나(夜入而夜出兮 焉知其誰氏 路傍有梧兮 願言書其名字).-자유분방한 연애

<김유정 미술평론가(전문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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