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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우의 한라시론]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입력 : 2020. 08.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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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괜스레 누군가가 눈에 밟힌다. 코로나로 너나없이 다들 어렵다 할수록 더더욱 그립다. 몇 해 전 돌아가신 '푸른 눈의 돼지 신부' 맥그린치 신부님.

4·3과 6·25로 모두가 힘들던 50년대 말 제주, 맥그린치 신부는 선교보다 더 급한 게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한 목축사업. 사제복을 입은 신부가 배부른 암퇘지를 몰고 배를 타고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어난 새끼들은 인근 청소년들에게 한 마리씩 나눠졌다. 분양조건은 키워서 반드시 새끼 한 마리로 갚는 것. 어느새 돼지가 170마리로 불어났다. 좀처럼 바뀌지 않던 어른들도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것이 잘 알려진 이시돌목장의 탄생비화다. 이후 소와 면양까지 기르면서 사육두수가 1만 마리를 넘어섰다. 70년대부터는 직접 냉동육을 가공해서 수출할 만큼 중견기업으로 거듭났다.

중학 땐가 색다른 경험으로 마냥 신났던 양털깎이 실습. 철들 무렵 그 사연을 알고 나선 되레 가슴이 아려왔다. 육지 공장에서 사고로 죽은 어린 신자 소식을 건네 듣곤, 맥그린치 신부가 다시는 집을 떠나지 않도록 여기에 일자리를 만들자 나섰다. 양털을 깎아 직물을 짜는 '한림수직'을 바로 성당 앞마당에 세운 것. 이 공장에선 적어도 1300명 이상이 직장을 얻어 생활을 이어갔다 전해진다.

제주도 최초로 신용협동조합을 만든 이도 맥그린치 신부다. 계 파탄으로 자살한 신자가정의 비극이 계기였다. 주민들에게 무담보에 싼 이자로 자금을 빌려주던 일종의 마을자조금고, 한림신협은 그렇게 지역밀착금융 역할을 톡톡히 맡아왔다. 매일시장에서 양장점과 잡화도매를 하시던 부모님 역시 오래도록 조합원이셨다.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본받으려 애써왔던 마이크로크레딧 아니던가.

게다가 거의 모든 수익은 주민들을 위한 복지사업에 재투자됐다. 병원, 요양원, 양로원, 유치원, 청소년수련시설까지.'이시돌'은 경제와 복지라는 두 개의 바퀴로 제주시 서부권역 주민들의 삶을 지탱해 준 그야말로 희망의 지렛대였다. 주민 모두의 '또 하나의 이웃'으로.

그래서일까 오버랩되는 또 한 사람, 돈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 50년대 청소년 다섯과 함께 난로를 만드는 울고협동조합을 시작으로 오늘날 3만명 이상을 고용한 스페인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 몬드라곤협동조합복합체(MCC). 그 몬드라곤을 머릿속에 품어 세상에 내놓고 한 생을 바쳐 키워낸 분이 호세 마리아신부다.

맥그린치와 호세 마리아. 주민들이 스스로 돕고 함께 일어서는 지역공동체를 꿈꾸고 몸소 일궈온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비록 나라는 다르지만 외딴 섬 제주와 구석진 바스크라는 변방에서 거의 동시대에 모습을 보였던 사회적 기업가(社會的 起業家, Social Entrepreneur)다. 사회적경제를 업(業)으로 삼고 있는 필자 같은 사람들에겐 바로 구루(Guru 정신적 스승)나 다름없는 분들이다.

오늘도 이시돌목장 테쉬폰 바로 앞에선 유기농 우유를 원료로 청년 몇몇이 갖가지 레시피를 선보인다. 사회적기업 우유부단. 감히 신부님 이름으로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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