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반발' 지역의사 양성 꼭 필요한가

'의료계 반발' 지역의사 양성 꼭 필요한가
경북·울산·충남 등 1천명당 의사 수, 서울의 절반 수준
1천 명은 역학조사관·의사 과학자 등 연구인력으로 양성
  • 입력 : 2020. 08.06(목) 14:25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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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 총 4천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양성하는 방안을 확정함에 따라 2006년 이후 동결된 의대 정원은 16년 만에 늘어나게 됐다.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의료계는 '의사 수 늘리기'가 능사가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부족한 지역 의사 인력을 확충해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 서비스 격차를 줄이려는 데 초점을 둔 것이라고 강조한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사 인력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는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전국 시·도 소재 의대에서 졸업한 의사가 해당 지역에서 계속 근무하는 비율은울산 7.0%, 경북 10.1%, 충남 16.6% 등이다. 이에 따라 지역별 의사 수는 인구 1천명 당 경북 1.4명, 울산 1.5명, 충남 1.5명 등으로 서울(3.1명)의 절반 수준이다.

 의료 인력 편차로 인해 의료 서비스를 받는 기회도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 지역내 의료 이용률을 보면 2017년 기준 서울은 93%지만 경북은 23% 수준이다.

 이런 지역 의료 공백 문제는 지금껏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으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부각됐다.

 지난 2∼3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관련 집단감염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했을 때 지역 병상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 지역의사 특별전형으로 선발…보상체계도 마련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핵심 사유로 '지역의사 양성'을 꼽는다.

 10년간 4천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는데 이 가운데 3천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해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는 지역의사로 기른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지역의사 선발 인원 3천명은 현재 지역별로 부족한 의사 수를 추계한 규모이며 향후 5년간 지역의사 제도를 운영한 뒤 수급 상황에 따라 정부가 운영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한 학생은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학금을 절반씩 부담한다. 그러나 10년간 의무 복무 조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장학금을 반환해야 한다.

 10년 의무복무를 마치고 수도권에서 개업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적절한 보상체계도 마련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이 지역 의료공백 해소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기존 의사들이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게 유도할 정책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국내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천명당 활동 의사는 한의사를 합쳐 2.4명으로, OECD 평균 3.5명에 미치지 못한다. 또 현재 의사들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활동률은 83.2%로 OECD 평균(69.0%)보다 높아서 쉬는 인력을 지역의사로 활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국내 인구가 줄고 있어서 의대 정원을 현 수준으로 유지해도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많아진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32년이 되어야 국내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2017년 OECD 평균(3.4명)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때는 OECD 평균 의사 수가 4.4명으로 더 늘어나 격차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 1천 명은 역학조사관·의사 과학자 등으로 양성

 복지부는 10년간 증원된 인원 가운데 지역의사를 제외한 1천명은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인력(500명)과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인력(500명)으로 충원할 예정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 현장에선 특수 분야 인력이 부족하다. 국내 전문의 10만 명 중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 소아외과 전문의는 48명에 불과하다. 질병관리본부에선 의사 역학조사관의 정원이 13명인데 현원은 5명 밖에 되지 않고 13개 시·도에서는 의사 역학조사관 정원 23명 중 17명 자리에 공중보건의를 투입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이 각광 받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일할 의사 과학자도 거의 없다고 복지부는 평가했다. 국내 의대 졸업생 중 기초의학을 진로로 선택한 인원은 약 30명으로 전체의 1%에 해당한다. 2017년 기준 의약품과 의료기기, 화장품 등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 수는 67명뿐이다.

 정부는 이런 특수 분야 및 연구 분야 인력이 현 제도에서 자연히 채워지기는 어렵다고 판단, 이번 의대 정원 증원 방안을 마련했다. 미국은 이미 1964년부터 국립보건원(NIH) 의사 과학자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의대생의 4% 정도에게 장학금과연구비를 지원해 의사 과학자를 연간 170명씩 기르고 있다.

 박능후 장관은 이날 담화문을 내고 "의대 정원 확충의 핵심은 지역 의료 격차를해소하고 자생적으로 늘기 어려운 감염병 등 특수분야 의사와 의과학자를 확충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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